[‘사임당’ 첫방②] 이영애, 처절함과 우아함 오간 120분…공.백.무.색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7.01.27 06: 48

캐릭터를 요리하는 능력이 장금이 급이다. 청순 미인의 대명사로 불리던 배우 이영애. 산소 같은 그녀가 이번에는 처연하고 처절한 연기로 돌아왔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는 모습을 임팩트 있게 그려내면서 성공적인 복귀를 알린 바. 공백 무색이다.
무려 13년 만의 작품. 이영애는 지난 26일 첫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사임당-빛의 일기’를 통해 반가운 얼굴을 시청자들 앞에 드러냈다. 일단 오랜만의 재회는 성공적. 그는 곱상한 미모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굴곡진 삶을 꽤나 디테일하게 그려내며 몰입감을 높였다.
이 드라마는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 분)이 이태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 분)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퓨전사극. 이영애는 이 작품을 통해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

앞서 방송된 1회와 2회에서는 현세를 사는 ‘서지윤’을 맛깔나게 그려내면서 초반 관심도를 확실하게 끌어올렸다. 기품 있는 미모와 온 몸에 밴 고급스러움을 뒤로하고 처절하게 망가졌다. 머리채를 잡히고, 술에 취해 컵라면을 던지며 오열하기도 한다. 특히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살려 달라” 애원하는 장면은 처연함의 끝을 찍었다.
첫 회부터 고난이 물밀 듯이 들이닥친 바. 남편이 진 빚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것도 모자라, 시간강사로 일하며 전임교수가 되고자 했던 꿈까지 일련의 사건들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도교수이자 미술사 학계의 실세인 민정학(최종학 분)이 소개한 금강산도가 진품이 아니라는 의혹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미운 털이 박혔고, 그대로 교수자격을 박탈당한 바다.
그러던 중 이태리에서 우연히 부딪친 한 남성으로부터 진짜 금강산도의 정보가 담긴 기록물을 얻게 되고, 그곳을 찾은 지윤은 자신과 똑같이 닮은 사임당의 초상화와 그의 생전 기록들이 담긴 일기장을 얻게 된다.
2회 말미에는 남편과 차를 타고 가던 중 짙은 안개로 100중 추돌 사고를 당하면서 정신을 잃는데, 그 과정에서 지윤은 과거 신사임당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어리둥절한 채 있던 그는 다시 깨어나 현세로 돌아오지만, 손바닥에 같은 상처가 나 있다는 것을 통해 단순한 꿈이 아님을 직감케 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숨 쉴 틈 없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빛난 것은 이영애의 열연. 드라마의 중심이 돼 120분을 통째로 이끄는데, 눈을 뗄 틈을 주지 않는다. 그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알찬 활약을 선보인 바다.
지윤과 사임당을 오가는 타임슬립이 이제 막 시작됐다. 이영애의 본격적인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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