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더킹' 한재림 감독, 류준열 팬 쪽지에 감동한 사연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1.28 08: 09

 영화 ‘더 킹’의 한재림 감독은 영화에 대해 온 가족이 봐도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런 것이 영화는 50여 년을 아우르는 현대사가 담겨 있기 때문. 김영삼 대통령을 시작으로 현 정부까지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소재가 풍부하다. 부모님 세대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찾을 수 있고, 젊은 세대는 현 시국을 보며 의미를 찾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이야깃거리가 넘친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훌륭한 영화에 속한다.
특히 한 감독은 최근 받은 쪽지 하나를 언급했다. 영화에서 박태수(조인성 분)의 친구이자 들개파의 최두일 역으로 나온 류준열 팬으로부터 받은 쪽지다. 한 감독이 앞서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했을 만큼 마음을 울렸다고. ‘저는 제 자리에서 제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거고 그들을 끝까지 지켜볼 거다’는 내용. 그렇다. 관심이야말로 부패한 권력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무기다. 이 한 장의 쪽지는 곧 한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담았다.
다음은 한재림 감독과의 일문일답.

-마지막 메시지가 상당히 마음을 울렸습니다.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지에 대한 해답을 정확하게 내려주지 않나요. 결정되는 순간 비친 숫자도 의미 있어 보였어요. 17부터 카운트를 세는 것에서 2017년 대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요?
▲어떤 분은 그러시던데요. 버스 번호가 516이라고. 많이 찾아내시는데 이런 함의들을 찾아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 같네요. 저도 아직까지는 자세히 못 찾아봐서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더 있어요.
권력자들은 민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 그래서 정치혐오를 일부러 바라고 관심을 가질수록 부담스러워해요. 제가 마지막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작은 태블릿 PC 하나가 발견되고 촛불로 권력자를 끌어내려오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희망도 가졌으면 좋겠다는 거죠. 권력자들 보니까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 천박하고 별거 아니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니까 감시를 소홀히 하지 말자고 희망적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과거에 악행을 저질렀던 한 남자가 후회하면서 관객에게 하는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태수(조인성 분)랑 두일(류준열 분)이 굳이 전남 목포 출신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사회적 편견을 빼고 싶었어요. 그게 너무 억울했거든요. 제 고향은 제주도이지만 말도 안 되는 정치적 선동이죠. 경상도에서 전라도를 비하하고 지역감정을 부딪치게 하는 옛날 정치 전략이죠. 그게 편견으로서 남아 있는 거고요. 태수는 권력에 가까이 가기에 불리하게 시작했지만, 약점을 성공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이런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가 풍자하고 싶었어요. 태수가 불리한 환경 속에서 무너진 다음, 그런 편견이 무기가 된다는 드라마적 아이러니가 재밌는 거죠.
-두일이의 대사에서도 나오지만, 검사가 조폭 같고 조폭이 검사 같다고 하는 대사가 있잖아요. 실제로도 그렇게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 대사로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 정치검사들이 하는 행위는 정의를 뺀다면 힘으로 누르는 거잖아요. 그건 조폭과 똑같다는 의미를 주고 싶었어요. 그들에겐 힘이 있어요. 유치할 수 있지만 자기 자신들에 대한 결벽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을 함부로 패고 짓밟을 수 있는 조폭과 다르지 않다는 의도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반대로 두일이는 자기 신념을 보여주고 의리를 지키니까 반대로 그 점이 더 잘 보이는 거죠. 저에게 들개파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예요. 영화에서 존재하나 두일이와 들개파는 시각적 상징인 거죠. 실제로 이 공간에 태수는 들어가지 않아요. 태수의 생각에서 묘사될 뿐이죠. 두일이 역시 태수가 욕망을 드러내는 순간 얼굴이 등장해서 사라질 때 어둠으로 사라집니다. 그래서 태수가 아버지가 검사에게 맞는 장면을 보기 전엔 얼굴이 안 나오죠.
-안희연 검사 역을 연기한 김소진 배우는 정말 엄청난 발견인 것 같아요. 캐릭터도 좋았지만 그렇게 연기를 맛깔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캐스팅에서 신의 한수라고 봐도 좋을 것 같은데요.
▲임은정 검사라고 실제 검사의 개혁을 이룬, 부조리함을 되게 용감하게 말씀하신 검사가 있다고 신문을 통해 봤어요. 이분을 취재하고 싶더라고요. 이런 부패검사들을 어떤 한 개인이 작은 힘이 가서 박살낸다는 게 아주 통쾌했어요. 그런데 연락이 안 닿아서 저 혼자 영감을 받고 쓴 캐릭터가 안희연 검사예요. 전형적인 배우를 쓰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새로운 인물을 찾자고 했어요. 오디션을 통해 소진 씨를 만났죠. 군복을 입고 와서 말수도 없는데 연기를 정말 대단하게 잘했어요. 남자들이 폼을 잡고 잘난 척을 했으니 안희연 검사 같은 사람에게 통쾌하게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찰 조사하면서 알게 된 게 요즘에 여자 검사님들이 되게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검찰 조직이 서열 조직이나 폭탄주 문화도 많이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좀 더 깨끗해지는 것도 아닌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설 대전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예비 관객들에게 ‘더 킹’이 어필할 점은 무엇일까요?
▲오히려 부모님 세대가 좋아하신다고 하더라고요. 본인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았고 역사를 살아오신 분들이라 많은 향수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우리는 지금 우리 세대가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온 가족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10대들의 이 영화에 대한 호감도 높던데, 어느 류준열 팬에게 받은 쪽지가 있어요. ‘이재용 부회장 기각에 대해서 영화를 보고 나니 너무 많은 생각이 들더라. 저는 제 자리에서 제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거고 그들을 끝까지 지켜볼 거다’고 하더군요. 감동했죠. 두 번 세 번씩 보면 더 많이 보이고 생각하게 되는 의미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배우들과 무대 인사로 계속 만나고 있는데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요?
▲일단 우리가 우리 영화를 재밌어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영화를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재밌어 하니까 그것에 대해 즐기고 있는 거죠. ‘부끄러운 영화 아니니까 우리 즐깁시다’라는 생각으로 함께 술을 먹으며 다음 작품 이야기도 하고 그러고 있어요.
-감독님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2월 쯤 뭘 할까 고민 중이에요. 시나리오 받은 것도 있고 제 아이템도 있고 검토해보고 결정하고 있는 과정이죠. 이 영화와는 다른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이 영화는 시사적이고 의미와 메시지가 되게 강하고 경쾌하고 빠른 영화였다면 드라마가 강하고 묵직하고 긴장감이 있는 담백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계속해서 지난 영화에 없었던 것에 향해가는 것 같네요.(웃음) / besodam@osen.co.kr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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