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더킹' 감독 "조인성·정우성, 용기 있다며 흔쾌히 합류"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1.28 08: 09

 영화의 탄생을 영사기의 발명이 아닌 많은 이들과 함께 영상을 본 경험으로부터 시작한 것을 볼 때, 대중매체인 영화는 결국 관객의 선택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 흥행과 무관할 수 없다. 지난 18일 개봉 직후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인 영화 ‘더 킹’의 한재림 감독 역시 주변의 호평에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현재 ‘더 킹’의 개봉 시기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시국보다 먼저 개봉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과 반면 지금이라 개봉할 수 있었겠다는 의견이다.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했던 상상 속 일들이 현실이 돼 버린 지금. 용기 있는 작품이 나타났다. 역대 대통령들의 영상을 스크린에 그대로 담아낸 이 패기 있는 영화 안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실 영화가 결말을 향해 치달을수록, 한재림 감독이 숨겨놓은 디테일과 마주하면 할수록 과연 지금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개봉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도 사실. 한 감독에게 두려움도 물론 있었지만, 좋은 배우들과 사람들을 만나 그의 머릿속에 꿈틀거리던 상상은 스크린에 펼쳐지게 됐다.

다음은 한재림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곧 설연휴가 오지 않나요. 긴장되시나요?
▲긴장되죠. 어휴. 영화는 손익분기점은 넘겨야 감독들이 안심을 하는데 지금은 초조하네요. 잘돼야 할 텐데 그런 마음이에요. 아직 마음을 못 놓겠어요.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응엔 시국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말씀해주시는 분들마다 조금씩 의견이 다르시더라고요. 잘 될 것 같다고 하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시국 전에 했으면 더 폭발력이 있었을 텐데 이런 분도 계셔요. 현 사태는 제가 막바지 할 때 터졌어요. 되게 혼란스러웠죠. 어떤 영향을 줄지 되게 고민이 되더라고요. 어쨌든 시국을 예상하지도 물론 기대하지도 않았고 ‘원래 만들려고 했던 의도대로 만들자’가 최선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후회는 없나요.
▲제 판단이 맞는지 틀린지는 더 지나봐야 알 것 같아요. 사실 영화를 유행 따라 만들기는 쉽지 않지 않나요. 아무리 빨리 만들어야 기획에서 최소 1년인데. 이 영화가 재밌는 게 어느 영화나 물론 호불호가 있지만, 특히 남녀노소를 떠나 의도를 정확하게 쫙 보시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포인트가 아닌 부분을 중요하게 언급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우화를 통해 현대사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려 한 거라 의견이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시국이 아니면 개봉할 수 없는 영화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렇게 보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처음 기획했을 때 저도 물론 두려움도 있었죠. 그러나 ‘이걸 할 수 있을까’와 같은 판단은 사실 저에게 달린 문제는 아니었어요. 어느 감독도 시나리오를 썼다고 다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배우들,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고단한 과정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하고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죠.
‘더 킹’은 ‘관상’과 반대지점에서 만들고 싶었어요. 장르적 호기심도 있었지만 부패한 권력자들을 조롱하고 낄낄대는 영화죠. 여기서 꺾이면 못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인성 배우가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면서 영화적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흔쾌히 합류했죠. 정우성 선배님도 망가지는 캐릭터인데 그의 우아함과 세련됨을 이용하면서 망가질 땐 망가지죠. 용기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는 꼭 해야 한다는 의견은 배성우 씨도 마찬가지였어요.
배급사 NEW 같은 경우는 이념을 떠나 상업적으로 이 영화가 소구력이 있느냐를 보고 판단한다고 해서 이렇게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시국이 살벌했으면 좀 있다 개봉하자고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 시국이 그런 이야기 할 틈도 없이 터졌어요. 하하.
-조인성 배우의 오랜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데, 함께 작업한 소감이 어떤가요?
▲사실 인성 씨나 우성 선배님이나 성우 형이나 고마웠던 건 서로 쿵짝이 잘 맞았다는 거예요. 의견이 특별히 없었어요.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했을 때 ‘무슨 말인지 좀 더 이해를 시켜줘 봐’, ‘아~ 그런 거구나’ 이런 과정은 있었지만 논쟁은 없었죠. 서로 재미있게 뭔가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배우들도 감독에게 신뢰를 많이 보여줬고, 편하게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누며 작업을 이어나갔죠. / besodam@osen.co.kr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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