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결 "김은숙 작가와 첫 작업, 인생의 교훈 얻었다" [한복인터뷰]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7.01.28 07: 40

“반장!”
요즘 지은탁의 몇 안 되는 인간 친구로 불리고 있는 배우가 있다. 바로 배우 고보결. 언제는 고등학생 이였다가, 또 언제는 임산부였다가. 무한 변신을 반복하고 있는 그야말로 ‘천의 얼굴’ 고보결이 설을 맞아 한복차림으로 OSEN과 만났다.
고보결은 최근 종영한 tvN ‘도깨비’에서 반장 역을 맡아 출연했다. 그저 스쳐지나가기엔 범상치 않은 존재감이 느껴진다 했더니, 극 후반부에는 성인이 된 후에도 지은탁(김고은 분)의 곁을 지키며 마지막을 함께했다.

“은탁이의 유일한 사람 친구랄까. 항상 귀신들 속 안에 있고 남친마저 도깨비인 은탁이가 환상 속의 인물이나 허구가 아니라 보통 인간들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은탁이라는 아이 자체는 잘못이 없지 않냐. 어떠한 환경 탓인데 그런 의미에서 극 전체로 봤을 때 반장 역은 은탁이에게 희망적인 메시지였던 것 같다.”
하지만 방송 초반 지은탁을 챙기는 듯, 또 라이벌로 여기는 듯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반장 캐릭터를 두고 또 다른 악역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향했던 것도 사실.
“사실 이 작품 들어가기 직전에 ‘데미안’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한참 선과 악의 모호성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라고 대놓고 보여드리기보다 애매모호한 선상에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렇게 접근했다. 저 나름대로의 시도랄까. 또 시청자분들이 그런 걸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이번에 확신이 생겼다.”
고보결은 이번 작품을 통해 김은숙 작가와 처음으로 작업하게 됐다. 그를 거친 많은 배우들이 대본을 보고 감탄했다고 밝힌 것처럼 고보결 역시 김은숙 작가의 대본을 처음 접한 그때를 회상하며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은숙 작가님이랑 처음 작업을 해봤는데 대본에도 작가님만의 독특함이 묻어나는 어투가 있다. 그런 걸 직접 대본을 보고 실제화 되는 걸 보면서 공부가 많이 됐다. 작가님이 쓰셨던 대사 중에 인생철학이 들어있는 게 많아서 교훈을 얻는 게 많다. 인생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깊으신 것 같다. 환상과 현실의 적절한 조합에서 표현을 정말 잘 해주신 감독님도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나 자신에게도 뜻 깊은 공부가 됐다. 좋은 작가님들의 작품은 항상 교훈이 있다.”
특히 “좋구나, 속도없이”, “첫사랑이었다”,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등 주로 로맨틱한 공유의 대사들이 많이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고보결은 조금 남다른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바로 마지막회 조우진이 육성재에게 하는 말. "덕화군은 아직 세상사에, 주변인에 관심이 없으시죠? 그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덕화군의 질문들을. 진짜 어른의 질문들을. 세상에 대해, 주변인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덕화가 약간 철없는 캐릭터인데 김비서가 하는 말이 나한테 하는 말 같았다. 요즘 나도 주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눈앞에 닥친 것만 열심히 했었는데 이제야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와 닿았다. 성장하는 길인 것 같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보결은 ‘도깨비’ 이전에도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수많은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수많은 연기 변신에 도전해왔다. 특히 첫 주연작인 영화 ‘그랜드 파더’나 굵직한 작품이었던 ‘디어 마이 프렌즈’, ‘끝사랑’은 고보결 본인에게도 남다른 작품이라고.
“‘그랜드 파더’는 장편 주연이 처음이다 보니까 애정도 있고 아무래도 뜻 깊었던 것 같다. 잊지못할 작품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은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에참여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던 것 같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무게감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이 신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뭐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았다. 또 워낙 현실감 있게 이야기를 쓰시니까 어머니께서도 가슴 아파서 못 보겠다고 하셨다. ‘끝사랑’은 손에 꼽히게 재밌게 촬영한 작품이다. ‘내 신이 뭐가 나올까’하는 기대감도 있었고 짝사랑인데도 엉뚱 발랄해서 재밌게 찍었다.”
이처럼 임산부부터 변호사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해온 고보결에게도 아직 해보지 못한 캐릭터가 있다. 바로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속 여주인공이다. 비교적 최근작인 SBS ‘끝사랑’에서 상사 지진희를 짝사랑하는 캐릭터를 연기, 재밌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는 것.
“드라마에서는 로코를 해보고 싶다. ‘또 오해영’의 서현진 선배님이나 예전에 ‘내이름은 김삼순’도 재밌게 봤다. 원래 성격이 허당기가 있는데 그런 걸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짝사랑 밖에 안 해봐서 작품 속에서 이뤄지는 사랑을 안 해봤다. 작품에서 연애하는 걸 안 해봐서 달달한 걸 해보고 싶다. 상대 배우는 생각해본 적 없고 그냥 주시면 잘 할 수 있다(웃음).”
‘도깨비’는 물론, 최근 안방극장은 명품 드라마의 향연으로 호황을 누렸다. 많은 배우들 역시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각자 즐겨보는 드라마를 얘기하는 일도 부지기수. 이에 고보결은 단번에 SBS ‘낭만닥터 김사부’를 말하며 한석규의 팬임을 자처했다.
“한석규 선배님이야말로 선과 악의 중간에 있으신 캐릭터를 연기하시지 않냐. 또 대상 수상소감에 ‘배우는 하얀 도화지여야 하는데 검은 도화지일 때 생기는 것도 있다’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요즘 내가 생각하는 거랑 비슷한 면이 같더라. 제가 해석하기에는 선과 악의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그것조차도 제가 먼저 판단해버리는 거니까, 누구는 선하고 악하고가 사실은 애매모호한 것이지 않냐. 그래서 캐릭터를 창출해낼 때도 거기에 얽매이면 한쪽에 치중해버리는 게 아닌가 싶다.”
이처럼 늘 연기 혹은 캐릭터에 대해 고민했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배우 고보결은 새해 목표로 ‘인생 캐릭터’ 만나기를 말했다.
“진짜 바람이 있다면 좋은 역할 만나서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려면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내가 되어야 하니까 나를 더 다듬어나가고 재료가 풍성해지도록 노력해야겠다. 듣고 싶은 수식어? 흔히 말하는 연기파라는 수식어를 얻으면 좋겠다. 당연히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하는데 왠 연기파냐고 말씀하시는 선배도 계시는데, 어떻게 보면 그 말 자체가 ‘잘해’라고 하는 대중들의 칭찬어린 목소리니까. 그런 게 붙여진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고 그렇게 되도록 해야겠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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