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야구규약 프리에이전트(FA) 제162조 1항에 따르면 KBO에 현역선수로 최초 등록한 후 정규시즌 9년을 활동한 선수는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다. 대한야구협회에 4년간 대학선수로 등록한 선수는 8시즌 활동으로도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규약에는 국적에 관한 구분이 따로 없다.
이 규약에 따르면 FA 등록일수로 5시즌을 채운 두산 외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6)는 앞으로 4시즌을 더 소화하면 FA가 될 수 있다. 지난 2011년 KBO리그에 현역선수로 최초 등록된 그는 올해로 7년째 두산에 몸담고 있다. 6년을 뛰었지만 2013년과 2015년 1군 등록일수가 모자라 FA로는 5시즌을 채웠다. 니퍼트가 앞으로 4년을 더 뛸 수 있을진 알 수 없고, 그때까 되면 마흔살이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FA 대박은 어렵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KBO 규약상 니퍼트는 FA가 될 수 없다. KBO 관계자는 "FA 규약은 외국인선수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국내선수들은 입단 후 8~9년간 구단에서 보류권을 갖고 있지만 외국인선수는 그렇지 않다. 1년 단년계약밖에 못하게 되어있어 국내 FA 규약에는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FA 규약에는 외국인선수와 국내선수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대신 외국인선수 고용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외국인선수는 공식적으로 다년계약이 금지돼 있다. FA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니퍼트가 9년을 뛰어도 다년계약을 할 수 없다.
이웃나라 일본프로야구는 다르다. 일본은 국내 FA 자격 취득 연한이 8년으로 자국선수뿐만 아니라 외국인선수도 같이 적용받는다. 이 규약에 따라 대만 출신 곽태원, 터피 로즈, 알렉스 라미레스, 알렉스 카브레라 등 여러 선수들이 8년을 채운 뒤 FA가 돼 국내선수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 일본은 외국인선수 보유 숫자가 무제한일뿐만 아니라 다년계약도 허용하고 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외국인선수 쿼터가 제한돼 있어 장수 선수를 보기 어렵다. 한화에서 뛴 외야수 제이 데이비스가 지난 2003년을 제외한 1999~2006년 7시즌을 뛰었고, 니퍼트가 이번에 7년 연속으로 뛰며 최장수 외인으로 나란히 했다. 앤디 밴헤켄(넥센), 헨리 소사(LG), 에릭 해커(NC) 등 5~6년차 선수들도 있지만 FA 자격 기준이 되는 8~9년에는 못 미친다.
KBO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뛴 외국인선수가 많지 않았다. FA 같은 사례가 없어 관련된 논의도 없었다. 아직까진 논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선수도 국내 FA 자격을 얻기 위해선 기존의 FA와 보류권 규약뿐만 아니라 외국인선수 고용 규정까지 싹 다 바꿔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제도 손질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일본이나 미국에 갈 땐 똑같이 FA 자격을 적용받는데 우리만 따로 장벽을 치고 있는 셈이다. KBO리그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쇄국 정책. 보다 명확한 규약 명시와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