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와 주전 1루수, 그리고 덕아웃 리더의 역할까지.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대호에 절실할 수밖에 없는 전력적 이유가 있었다.
롯데는 지난 24일 이대호와 4년 총액 15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이대호의 공식적인 컴백을 롯데는 국내 FA 최고 대우를 통해 이뤄냈다. 이대호가 개인 훈련 중인 사이판으로 이윤원 단장이 직접 찾아가 3일간 설득한 끝에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 단장은 "사이판으로 직접 찾아가 이대호 선수를 설득했고, 이대호 선수도 직접 찾아와 준 것에 감사함과 진정성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윤원 단장이 직접 찾아간 이유는 "한국 복귀를 하면 이대호는 우리 선수"라는 기본적인 생각, 그리고 사실상 외국인 선수 1명을 더 얻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이대호의 존재감 때문이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꿈을 좇아 떠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마이너 계약의 악조건을 딛고 14홈런을 때려냈다. 우리나이로 36세임에도 이대호의 천재성과 기량은 이견이 없다.
특히 이대호가 떠난 2012시즌부터 롯데는 고정 4번 타자를 찾지 못하고 헤맸다. 하지만 이대호가 컴백하면서 롯데는 4번 타자에 대한 고민을 말끔히 씻어냈다. 국내 최고의 타자의 반열에 오른 이대호에게 4번의 중책을 맡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또한 이대호의 부재 기간 동안 동시에 약점이 된 고정 1루수 역시 이대호가 맡는다. 거구와는 달리 유연성을 겸비한 이대호에게 메이저리그에서도 1루 수비는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이대호에게 기대하는 것은 1루수로서 수비가 아닌 거포 4번 타자 역할이다.
조원우 감독은 "(이)대호가 들어와서 큰 힘이 될 것이다. 한국의 4번 타자 아닌가. 실력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황)재균이가 빠지면서 타선이 약화될까 걱정이었는데, 1루와 4번 타자를 맡을 수 있는 이대호가 와서 중심타선도 강해지고 앞 뒤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대호의 컴백에 반색했다.
그리고 이대호에게 롯데가 기대하는 역할은 또 하나. '덕아웃 리더'로서의 역할이다. 그동안 롯데는 '캡틴' 조성환(KBSn 해설위원)이 은퇴한 뒤 리더로서 마땅히 불릴만한 선수들이 없었다. 따끔한 충고도 건넬 수 있고 선수단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사라졌다. 지난해 주장을 맡았던 강민호 역시 살뜰하게 선수들을 챙기며 리더 역할을 했지만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선수단 분위기를 이끌고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해외 진출 이전에도 이대호에게 그런 모습은 종종 볼 수 있었다. 조 감독은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선수단 중심도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대호에게 덕아웃 리더의 역할까지 기대했다.
롯데는 이대호에게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호를 가장 필요로 한 팀이 바로 롯데였기 때문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