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프로스포츠의 왕자는 농구인가? 배구인가?
영원히 답이 없을 것 같은 이 질문에 힌트를 얻을 기회가 생겼다. 프로농구 KBL과 프로배구 V리그가 지난 22일 각각 부산과 천안에서 동시간대에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농구와 배구 올스타전이 같은 날 열린 것은 이번이 10년 만이다. OSEN은 농구와 배구 올스타전을 모두 현장에서 취재하며 생생한 분위기를 체험했다. 과연 두 종목 중 어느 종목에 팬들의 관심이 더 쏠렸을까. 올스타전을 취재한 기자가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분석해보았다.
▲ 현장관중 농구가 많았다
KBL은 사상 처음으로 부산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올스타전이 지방에서 개최된 것은 2007년 울산 이후 10년 만이었다. KBL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은 수용규모 1만 4000명을 자랑하는 국내최대규모다. 지난해 새로 개장한 서울 고척돔(1만 8000명 수용)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서 이보다 더 큰 실내체육관은 없다.
올스타전을 앞둔 KBL 관계자는 “1,2층 6천여 석은 거의 매진이 됐다. 하지만 3층 좌석은 예매를 안 하시는 것 같다”면서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사직체육관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6천 명 정도가 와도 텅 비어 보이는 것이 사실.
기우였다. KBL이 선수들과 함께 하는 ‘KTX 기차여행’, 부산시내서 선수와 팬들이 만나는 ‘무빙 올스타’ 등 발로 뛰며 홍보한 것이 흥행에 도움이 됐다. 현장에서 표를 구하려는 팬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사석을 제외한 1만 17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이도 모자라 428명의 입석관중까지 들어찼다. 결국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총 1만 2128명이 입장했다. 2003-04시즌 1만 2995명 이후 역대 2위에 해당되는 대기록이었다.
NH농협 2016-2017 V-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천안 유관순체육관에는 총 5033명이 몰렸다. 단순히 숫자만 비교하면 농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배구열기가 적다고 결코 풀이할 수 없다. 유관순체육관의 4533석은 인터넷 예매 시작 후 불과 20분 만에 완전 매진이 됐다. 여기에 당일 500명이 입석으로 입장했다. 체육관 규모가 작다보니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린 팬들도 많았다. 배구의 열기가 농구에 비해 떨어진다고 결코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 우열을 가리기 힘든 TV 시청률
경기장에 가지 못했지만 TV로 경기를 지켜본 팬들도 많았다. 시청률은 인기를 비교하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만 농구와 배구의 시청률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농구는 지상파 KBS1을 통해 방송됐지만, 배구는 스포츠전문 케이블 KBSN과 SBS 스포츠에서 동시 방영됐기 때문. 보급률이 높은 지상파와 유료등록을 해야 볼 수 있는 케이블방송은 시청자수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시청률이 비슷해도 보편적 접근성이 좋은 지상파를 더 많은 사람이 시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채널이 분산된 배구의 시청률을 하나로 합쳐서 비교해봤다. 시청률 조사기관마다 차이도 존재했다. 두 기관의 시청률을 합쳐 평균값을 계산했다. 그 결과 농구가 1.475로 배구의 1.305보다 높았다. 농구 올스타전을 더 많은 시청자가 시청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또 다르다.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KBS1이 같은 날 반영한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시청률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대중의 시선에서 봤을 때 농구가 드라마나 뉴스 등과 비교해 여전히 매력적인 콘텐츠는 아니라는 의미였다.
스포츠케이블을 시청하는 시청자는 기본적으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성향이 강하고 충성도가 높을 것이다. 프로배구 올스타전의 경우 같은 채널에서 방송된 스페인 프로축구, 여자프로농구 등보다 월등하게 시청률이 높았다. 물론 시청시간대의 영향도 있어 배구인기가 높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배구 올스타전이 여러 스포츠콘텐츠 중에서도 매력적이고 볼만한 경기였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 각종 인터넷 지표는 배구 우세
최근 스포츠 중계를 보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 인터넷 중계를 기반으로 한 N스크린도 무시할 수 없다. 컴퓨터나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 원하는 중계를 볼 수 있는 시대다. 농구와 배구 올스타전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청이 가능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두 경기를 동시간에 생중계했다.
기자는 같은 시간에 네이버를 통해 두 경기를 관전하는 시청자수를 집계했다. 농구는 1만 1679명이 시청하고 있었고, 배구는 2만 911명이 시청했다. 두 경기의 경기시작 시간과 진행시간이 미묘하게 다르기에 큰 의미는 부여할 수 없는 수치다. 대략적으로 인터넷 시청자수에서 배구가 농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는 추정치는 얻어낼 수 있었다.
농구와 배구 모두 비슷한 기간 포털사이트 인터넷 투표를 통해 올스타 선수를 뽑았다. KBL에서 팬투표 총 8만 3838표 중 5만 3157표를 얻은 허웅이 2년 연속 최다득표를 차지했다. V리그는 총 9만 4673표의 득표가 나와 농구를 앞질렀다. 남녀최다득표 선수인 전광인(6만 2123표)과 이재영(6만 4382표)도 허웅의 수치를 넘었다.
인터넷으로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은 궁금한 선수가 나왔을 때 이름을 검색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그 선수가 화제의 중심이라는 의미다. 이 때 포털사이트에 선수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라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있다.
배구 올스타전에서 매혹적인 섹시댄스를 선보였던 이다영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이슈 스포츠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7위에도 최순실을 패러디한 김희진이 올랐다. 10위도 문성민이 차지했다. 이다영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6위에 오르기도 했다. 검색시점에 따라 순위에 차이가 있지만 이다영이 몰고 온 화제성은 대단했다.
농구는 오세근이 핫토픽 검색어 7위에 올랐다. 3점슛왕에 등극한 전준범은 10위에 올랐다. 배구에 비해 농구선수의 이름을 검색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검색어 순위는 100%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아니다. 그럼에도 각종 인터넷 지표를 종합했을 때 배구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 농구와 배구, 비교우위? 큰 의미 없다
현장에서 취재한 선수들은 다른 종목 올스타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프로농구 올스타전 MVP에 등극한 오세근은 “배구는 남자부와 여자부가 같이 한다. 팬들이 농구보다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여기(부산)서 열기를 느끼니까 (농구가) 전혀 밀릴 것 없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며 1만 관중 몰이에 성공한 농구에 자부심을 느꼈다.
배구 올스타 최다득표에 빛나는 전광인(한국전력)도 한마디 했다. 그는 “농구와 같은 날 올스타전을 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에선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농구와 배구, 둘 다 좋아하는 팬들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배구장에 오시면 ‘농구장보다 더 재미있구나!’ ‘배구가 조금 더 재미있고,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하고 싶었다”고 의견을 냈다.
남자부 MVP 서재덕(한국전력)은 “오늘 농구 올스타전이 하는 줄 몰랐다. 농구는 의식하지 않았다. 우리가 해야 할 것만 집중해서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농구와 배구의 인기비교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두 단체가 서로를 비교하며 우월의식을 가지는 것도 근거가 많이 떨어진다. 각종 지표에서 명암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두 단체가 동시에 올스타전을 열어도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팬들을 만족시켰다는 점이다. 앞으로 농구와 배구가 서로 자극제가 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더 발전할 수 있다. 두 단체가 모두 성공해야 한국프로스포츠 전체의 시장규모 또한 커질 수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