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토크] 진경 “‘낭만닥터’로 잃었던 낭만 찾았죠”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1.25 07: 55

착한 사람인 듯 싶다가, 또 어쩔 땐 세상에 이런 악역도 없다. 어쩔 땐 엄마처럼 포근하고, 또 어쩔 땐 카리스마가 가득한 걸크러시의 끝판왕이다. 진경은 그렇게 어떤 역할을 맡아도 200%를 만들어내는 배우다. 하지만 그런 그도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지난 16일 종영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진경은 돌담병원 간호부장 오명심을 맡아 연기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를 위해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종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제 좀 쉬어야지”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김사부(한석규 분)와 오명심의 첫 만남으로 마무리된 것에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에필로그로 붙어있는 회차였는데, 보시는 분들 입장에선 그게 마지막이라 임팩트가 컸던 모양이다. 저도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 먹으면 다 먹은 것’이라고 주변 분들도 말해줬다.(웃음) 오명심은 어쩌면 ‘리틀 김사부’같은 느낌이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진짜’들끼리의 만남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신이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작가님이 드라마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느낄 수 있었다. 제가 나와서도 그렇지만, 의미 있는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는 “‘낭만닥터 김사부’는 대사가 워낙 명확해 숨은 그림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드라마 ‘피노키오’가 어떻게든 캐릭터를 풍요롭게 만들까 고민한 작품이라면, ‘낭만닥터 김사부’는 앙상블이 중요했던 작품이었다고. 주연배우부터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배우들까지,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 서서 다 함께 손을 잡고 일궈나간 느낌이 든다고 진경은 설명했다.
“오명심은 돌담병원에서 나무처럼 버티고 있는 사람, 공기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다른 드라마와 접근법도 달랐다. ‘공공선(善)을 향한 도약’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그래서 배우로서는 다른 체험을 했던 것 같다. ‘연기라는 게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하는 걸 더욱 절실히 느꼈고. 오죽하면 감독님께 ‘다시 연극하는 느낌’이라고 말했을까.”
진경은 ‘낭만닥터 김사부’의 메가폰을 잡은 유인식 감독에 매우 감화된 것 같았다. 유인식 감독을 향해 “경이로움 그 자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종방연 때에도 감독님께 ‘존경한다’고 말했다. 언제 나는 그런 인격을 가질 수 있을까 싶다”고 유인식 감독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김사부가 드라마 현장에 있다면, 그게 바로 유인식 감독이었을까.
“유인식 감독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김사부가 낭만적인 게 전문인으로서 프로페셔널한 실력을 갖춘 여유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 이번 ‘김사부’ 촬영 현장에 있는 유 감독을 보며 그걸 느꼈다. TV로 보면 항상 감탄했고, 장인정신이 묻어난단 생각이 들었다. 배우 모두의 컨디션을 고려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았다.”
그는 ‘낭만닥터 김사부’의 현장을 가리켜 “이렇게 낭만적인 현장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낭만’이란 프로페셔널함과 자부심에서 비롯된 여유, 그 안에서 오는 품격을 가리키는 단어 같았다. 진경에게 낭만을 묻자,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정작 자신은 길을 잃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정한 낭만이라. 저는 배우로서의 삶을 열심히 살았다곤 생각했다. 하지만 일에 일이 꼬리를 물면서 어느 순간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방향성을 잃어버린 순간이 왔던 것 같다. MBC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까지 거의 연달아서 작품을 하다 보니 힘들었다. 그러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하면서 잃어버린 걸 나도 찾은 기분이 든다. 이번 기회에 나도 한숨 돌리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앞으로의 연기 방향을 고민할 것 같다.”
존재 자체가 김사부 같았다는 한석규, 천사표 변우민, 부끄럼쟁이 임원희 등의 선배들과 모든 것에 열심히 임하는 유연석, 서현진, 막내급인 양세종, 김민재 등의 후배들 가운데에서 진경은 많은 걸 느낀 듯했다. 특히 아직도 끊임없이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한석규의 모습을 보며 그는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쉼 없는 행보는 ‘초조함’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앞서도 “저는 늦게 시작한 편”이라고 언급한 걸 보면 말이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은 초조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관심이 없는 건 항상 관심이 없고, 관심이 있는 것만 유심히 보는 스타일이다. 다른 건 몰라도 연기는 좋아하니까 힘들어도 또 다른 역할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거다. 정말 좋은 역할을 보면 남이 하는 꼴을 못 본다.(웃음) 그렇게 저를 움직이게끔 하는 작품들이 계속 있어왔다. 그래서 달려온 것 같다.”
그렇게 마냥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진경은 지금 다시 하면 더 잘 할 것 같은 작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지금 다시 하면 다 잘 할 것 같지”라고 웃음을 지었다. 인생을 다시 살라고 하면 똑같이 살지 못 하듯, 그는 연기에 대해 “그 순간 최선을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낭만적인 배우 진경, 그에게 낭만을 물었다.
“문득 몇 개월 후에 어떤 친구(캐릭터)가 나에게 올까,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그게 설렌다. 그럴 때 ‘배우가 정말 좋은 직업이구나’ 생각을 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 느끼는 설렘 같은 느낌이다. 그런 설렘을 기다리는 겐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구나 싶다. 그게 바로 배우의 낭만 아닐까.” / yjh030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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