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 "사직노래방 만들어봅시다" 환영
가장 약점이던 1루에 최강 타자 보강 성공
[OSEN=최익래 인턴기자] “사직노래방 만들어봅시다” 이대호(35·롯데)의 복귀가 확정된 직후 강민호(32·롯데)가 자신의 SNS에 남긴 문구다. 이대호를 영입한 롯데가 흥행과 성적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롯데는 24일 오전 “이대호와 4년 총액 150억 원에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FA(자유계약선수) 사상 최고액을 안겨주며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를 확실히 했다. 이윤원 단장이 이대호가 훈련 중이던 사이판까지 건너가 진심을 전했고 이대호가 응답했다.
이대호는 계약 발표 직후 “롯데로 돌아와 동료, 후배들과 함께 우승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었다. 이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의 끈질긴 관심에도 소속팀의 우승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 관심은 이대호가 바꿀 롯데에 쏠린다. 이대호는 단순히 프랜차이즈의 상징성을 넘어 롯데의 성적을 상승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이대호 떠나 생긴 공백 이대호가 메꾸다
롯데는 이대호가 떠난 2012년부터 1루수 난에 시달렸다. 박종윤이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박종윤은 2012년부터 5년간 타율 2할7푼2리. 28홈런, 223타점에 그쳤다. 연 평균 5.6홈런, 44타점 꼴이다. 특히 장타율은 0.388에 그쳤다. 지난해 리그 평균 장타율은 0.437이었으며 1루수 평균 장타율은 0.488이었다.
세이버매트릭스로 살펴봐도 이대호 영입은 롯데에 엄청난 플러스다. 1루수는 전통적으로 강타자들의 영역이다. 하지만 박종윤, 김상호 등이 맡은 롯데의 1루는 평균 이하의 공격력을 선보였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의 1루수 wRC+는 83.1에 그쳤다. 리그평균 1루수 wRC+는 111.5다. 전체 평균인 100보다 18점, 리그 평균 1루수에 비해서는 약 30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가장 뛰어난 1루수 득점 생산력을 보인 팀은 에릭 테임즈(밀워키)를 위시한 NC로 무려 159.5에 달했다. 롯데의 1루수들보다 무려 두 배 가까이 높다.
이대호가 가세했으니 얘기는 달라진다. 이대호가 ‘동갑내기 친구’ 김태균(한화)만큼의 활약을 펼쳐준다고 가정해보자. 김태균의 지난해 wRC+는 165.5다. 롯데는 무려 wRC+에서 82점 이상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리그 평균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던 포지션에 리그 최강의 타자가 가세하면서 만들어질 결과다.
#이대호 앞뒤까지 동반 상승 기대
'이대호 효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대호가 떠난 뒤 손아섭은 “이대호 선배가 4번에 있기 때문에 투수들이 나를 상대할 때 유인구보다 정면승부를 걸어왔다. 덕분에 타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민호 역시 “(이)대호 형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타순의 무게감이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우산 효과’라는 말은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투수들이 느낄 위압감만은 분명히 다르다.
롯데의 타순은 여전히 미정이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은 “이대호는 4번타자-1루수다”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이대호 앞뒤에 나설 후보로는 손아섭, 전준우, 강민호, 최준석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이대호의 존재 덕에 타격 성적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군기 반장’ 역시 이대호의 몫 중 하나다. 이윤원 단장은 “이대호의 가세로 팀 분위기가 확 올라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롯데 시절 최고의 위치에서도 묵묵히 개인 훈련에 열중하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이대호의 단짝으로 알려진 정훈은 이대호가 해외에 있을 때도 SNS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타격에 대해 물음을 던진 바 있다. 이제 ‘일대일 레슨’은 오프라인에서도 가능해졌다.
물론 롯데가 단숨에 우승을 도전하기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많다. 특히 선발진이 고민이다. 브룩스 레일리와 파커 마켈 원투펀치는 타 팀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박세웅-박진형이 꾸릴 것으로 보이는 3,4선발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FA 계약을 맺었지만 제 역할을 못해준 송승준을 비롯해 노경은 등 베테랑의 반등이 필요하다. 황재균(샌프란시스코)이 떠난 3루 공백을 채워야 하는 것도 여전히 남은 과제다.
만약 이대호마저 붙잡지 못했다면 롯데는 최하위를 두고 경쟁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의 붓질로 밑그림은 상당히 달라졌다. 이대호는 “무엇보다 해외리그에서 뛰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너무 그리웠다”고 밝혔다. 롯데 팬들은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거인의 4번타자 누구? 이대호! 거인의 자존심 누구? 이대호!”를 연호했었다.
거인의 자존심이 팀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이는 롯데 팬들 모두가 답을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이대호 영입으로 단숨에 모든 것이 바뀐다고 기대하기에는 남은 의문부호는 여전히 산적했다. 하지만 이대호가 가세하면서 롯데 프런트는 팀이 차츰 달라지리라는 희망을 보여줬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