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롯데 3명’ 외인 몸값도 양극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24 06: 34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이어 외국인 선수 수준도 상·하위권 팀들의 격차가 벌어질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표면적인 투자 금액의 차이가 지난해 이상의 간극을 만드는 하나의 힘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두산과 NC는 23일 나란히 외국인 선수 계약 소식을 알렸다. 두산은 6년 동안 팀의 에이스 몫을 했던 더스틴 니퍼트(36)와 210만 달러에 사인했다.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액 기록이다. NC도 지난 2년간 클리블랜드 불펜에서 괄목할 만한 활약을 펼친 제프 맨십(32)과 총액 18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두산과 NC는 이로써 올해 함께 할 외국인 선수 라인업을 확정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자웅을 겨뤘던 두 팀은 외국인 선수 투자 중간 순위에서도 1·2위에 올라섰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세 외국인 선수(니퍼트·보우덴·에반스)와 재계약하는 데 총 388만 달러(약 45억4000만 원)를 썼다. 이는 지난해 한화(약 340만 달러)가 기록한 역대 외국인 선수 총액 최고액(시즌 시작 기준)을 뛰어넘는 수치다. NC도 세 외국인 선수에 380만 달러(약 44억4000만 원)를 써 두산 못지않은 지출을 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5개 팀은 모두 외국인 선수 인선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대부분 적지 않은 돈을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KIA가 헥터 노에시와 170만 달러에 계약하는 등 총 345만 달러(약 40억3000만 원)를 썼고, LG도 세 명의 외국인 선수와 모두 재계약하는 비용이 330만 달러(약 38억6000만 원)에 이르렀다. 구단 여건상 투자 금액이 많을 수 없는 넥센 또한 션 오설리반에 구단 역대 최다액인 110만 달러를 쓰는 등 265만 달러(약 31억 원)를 투자했다.
이에 비해 하위권 팀들은 한화를 제외하면 외인 시장 투자액이 그렇게 많지 않을 전망이다. SK는 215만 달러(약 25억1000만 원), 롯데는 202만5000달러(약 23억7000만 원)를 썼다. 두 팀은 세 명을 합쳐봐야 니퍼트 수준밖에 안 되고 두산과 비교하면 15억 원 이상을 덜 썼다.
kt는 2명에 175만 달러를 썼으나 총액이 300만 달러를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두 명이 남아있는 삼성도 거론되는 후보군을 고려하면 역시 200만 달러 후반대 지출에 머물 전망이다. 오직 한화만 두산·NC를 능가하는 투자가 예상된다.
이유는 있다. 상위권 팀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외국인이 많았다. 자연스레 재계약으로 이어지는 빈도도 높았는데 이 과정에서 연봉이 적잖이 올랐다. ‘불확실한’ 1년차와 ‘검증된’ 2년차 이상 외국인 선수의 대우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위권 팀들이 상위권 팀들의 외인 파워를 뛰어넘을 만한 카드를 대거 마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FA 시장에서도 상위권 팀들이 힘을 낸 상황에서 외국인마저 ‘몸값’대로 흘러간다면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
물론 외인 투자가 곧 성적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일일이 사례를 설명하면 속이 쓰린 구단들이 적지 않다. 두산도 지난해 보우덴과 에반스의 연봉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메릴 켈리(SK)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에도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은 분명히 있다. 중·하위권 팀들이 외국인 선구안이 상대적인 투자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2017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