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수들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돌입한다. 투수들은 구종 추가를 하기도 하고, 야수들은 단점을 보완하면서 강점을 살리기 위해 열을 올린다.
이는 LOL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야구 같은 전지훈련은 없을 수 있지만 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새로운 메타를 적응하면서 챔피언 폭을 넓히기에 여념이 없다. 2017시즌 10밴 시스템으로 바뀐 이후 넓은 챔피언 폭은 LOL 선수들에게 생존을 위한 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그렇다면 모두가 인정하는 '페이커' 이상혁(21, SK텔레콤)은 어떨까. 흔히들 '페이커' 이상혁을 두고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이하 세체미)'는 수식어와 함께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2017시즌 고작 2경기 뿐이기는 하지만 올 시즌 역시 그의 평가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매년 '커리어 하이'를 경신하고 있는 이상혁은 지난 17일 개막한 '2017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서 두 경기를 치른 가운데 화제의 중심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프로씬에서는 다루기 까다로운 챔피언 중 하나로 정평이 난 카타리나로 연일 캐리모드를 발동하고 있다. 17일 진에어전에서는 8킬 2데스 6어시스트를, 22일 콩두전에서도 7킬 2데스 6어시스트로 그의 가치를 입증했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라는 말 처럼, 이상혁은 프로 최고의 연봉 뿐만 아니라 마음 가짐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대답을 꺼냈다. 지난 22일 콩두전 승리 이후 만난 그는 "오늘 경기를 승리하기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아요. 보다 더 노력해서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다소 예상 밖의 답변을 들려줬다.
더 자세한 이유를 물어보자 2세트 초반 보였던 몇 가지 실수에 대해 언급했다. 자기 스스로도 자신이 최고라고 말하는 선수임에도 그만큼 자신에게 냉정한 면모를 읽을 수 있었다.
소위 '브실골'로 불리는 일반 유저들의 구간에서는 극강의 챔피언이지만 유독 프로 경기에서는 자취를 찾기 힘들었던 카타리나. 카타리나가 프로구간에서 사용하기 힘든 이유는 간단하다. 반응 속도를 비롯해서 프로들의 피지컬이 일반인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카타리나는 히든카드 정도로 생각할 수 있어도 그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페이커는 2경기 연속 카타리나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런 생각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카타리나 사용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자신의 생각도 숨김없이 털어놨다.
"카타리나는 사용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까다로운 챔피언도 있지만 분명 쓸만한 픽이죠. 카타리나의 강점은 라인전이 강력하고 피지컬만 뒷받침 된다면 얼마든지 프로무대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챔피언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역할에 대한 말도 빼 놓지 않았다. 지난해 유독 SK텔레콤에 강했던 아프리카 멤버들이 주축이 된 락스 타이거즈와 다음 경기에서도 자기 스스로만 조심하면 문제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음 상대가 락스 타이거즈인데 아마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에서 예전 아프리카 프릭스에 당한 패배를 염두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만 잘하면 락스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네요."
최병훈 SK텔레콤 감독은 팀원들 중 이상혁을 가리켜 가장 성실한 선수라고 말한다. 출중한 실력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연습실에 남는 이상혁의 성실함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상혁은 "올해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고, 최대한 많은 대회에 나서고 싶어요. 이제 시작이지만 앞으로 스프링 시즌에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고 시즌 각오를 밝혔다.
끊임없이 자신을 향해 채찍질하며 더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을 보이고 있는 이상혁. '페이커' 이상혁이 '세체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