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BA 랭킹 전체 9위 ‘특급 유망주’
만개하지 못한 잠재력, 비극적 사고로 사망
kt에서 두 시즌을 뛰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앤디 마르테(34)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한때 MLB 전체의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는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해 아쉬움을 남겼다.
‘르디비시온 노티시오사’를 비롯한 도미니카 언론은 마르테가 현지 시간으로 일요일 새벽 산스판시스코 데 마로리스의 지역 도로에서 자신의 흰색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을 몰고 가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22일(한국시간) 일제히 전했다. 차안에서 위스키가 발결된 것으로 미뤄볼 때 음주사고로 추정된다. 마르테의 에이전시인 J.M.G 측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마르테는 2015년 kt의 창단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한국에서 2년을 보냈다. kt의 3루를 지키며 첫해 115경기에서 타율 3할4푼8리, 20홈런, 89타점을 기록해 재계약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허리 등에 잔 부상이 찾아오며 91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기록도 타율 2할6푼5리, 22홈런, 74타점으로 떨어진 끝에 결국 재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아쉬운 야구 인생이다. 2000년 애틀랜타와 계약을 맺은 마르테는 팀은 물론 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야수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다. 2003년과 2004년에는 퓨처스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차근차근 MLB 승격 단계를 밟았다.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유망주 랭킹에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40위 내에 있었고, 2004년에는 9위까지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유망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런 마르테는 2005년 트리플A 무대 109경기에서 타율 2할7푼5리, OPS(출루율+장타율) 0.878, 20홈런, 74타점을 기록한 뒤 MLB 무대에 승격했다. 하지만 애틀랜타의 3루에는 치퍼 존스라는 거대한 벽이 있었고 마르테의 MLB 드림도 꼬이기 시작했다.
마르테는 2005년 11월 보스턴 트레이드, 2006년 1월 클리블랜드로의 트레이드를 거쳤다. 이후 트리플A와 MLB를 오가며 기회를 엿봤으나 MLB 경력은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 마르테는 클리블랜드에서의 5년 동안 278경기에 나갔으나 타율 2할2푼4리, OPS 0.650, 20홈런, 92타점에 머물렀다. 이후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다.
그런 마르테는 2014년 애리조나에서 다시 MLB 승격의 기회를 얻었으나 6경기 출전에 그치며 잊힌 유망주로 전락했다. 마르테는 MLB에서의 경력을 포기한 채 2015년 kt에 입단했고, 2년을 뛴 뒤 최근에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며 새 소속팀을 물색하고 있었다.
마르테는 진중하고 모범적인 인성을 가진 선수로 미국은 물론 KBO 리그에서도 호평이 자자했다. 경험이 부족한 kt의 조용한 리더 중 하나이기도 했다. 조범현 전 감독도 “성실해 동료들에게도 본보기가 된다. 나중에 은퇴하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선수”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마르테는 재계약에 실패한 이후로도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보내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자기 뜻을 모두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마르테는 kt 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과 한국 야구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그리운 땅을 다시 밟을 기회도 잃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JJ 쿠퍼는 마르테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한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유망주 중 하나”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촉망받았던 유망주의 마지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허무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