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초 부산에서 개최된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흥행대박을 터트렸다.
2016-17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22일 오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시니어 올스타가 주니어 올스타를 150-126으로 제압하고 승리를 차지했다. 29점으로 최다득점을 올린 오세근이 올스타 MVP를 차지했다. 오세근은 상금 500만 원을 받아 기쁨을 더했다.
1만 4천 명을 수용하는 사직체육관은 국내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이날 무대에 가려 사석이 된 2천석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팬들에게 판매가 됐다. 올스타전에 3층까지 마련된 1만 1700석이 모두 매진되며 흥행대박을 터트렸다. KBL은 3천 원짜리 입석좌석까지 판매했다. 이날 총 1만 2128명이 입장했다. 그만큼 부산의 농구 열기는 한 겨울 맹추위를 무색케 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 토종 vs 외인, 3대3 대결 승자는?
송교창은 멋진 원핸드 덩크슛을 꽂아 토종의 자존심을 세웠다. 송교창은 앨리웁 덩크슛까지 꽂는 등 막내다운 패기를 선보였다. 크레익은 곧바로 앨리웁 덩크슛을 터트려 맞섰다. 메이스도 팀 동료 김종규를 따돌리고 덩크슛을 꽂았다.
팬들은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를 기대한 것이 사실. 하지만 본 경기를 앞둔 오프닝 행사에서 진지한 대결을 펼치기는 어려웠다. 선수들은 열심히 수비하기보다 묘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바셋의 노룩패스가 메이스의 덩크슛으로 이어지자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에 질세라 김종규는 김선형의 패스를 공중에서 그대로 덩크로 연결했다. 김선형은 김종규가 놓친 공을 팁인덩크로 연결하는 멋진 모습도 보였다.
사익스가 막판 버저비터 장거리 슛을 터트리며 경기는 19-19 연장전에 돌입했다. 1분의 연장전을 치렀다. 김종규가 덩크슛 두 방을 터트리며 승리를 가져갔다.
▲ 예선탈락 사익스, ‘덩크슛 너무 잘해서...’
올스타전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키퍼 사익스의 덩크슛 컨테스트 예선탈락이었다. 사익스는 1차 시기서 1인 앨리웁 리버스 투핸드 덩크슛을 꽂아 장내를 열광시켰다. 탄력 받은 사익스는 1인 앨리웁 윈드밀 덩크로 게임을 끝냈다. 점수는 당연히 50점 만점이었다. 하지만 너무 끝내주는 덩크슛을 일찍 한 것이 문제였다. 2차 시기서 사익스는 1인 앨리웁 360도 회전 덩크슛을 시도했다. 워낙 난이도가 높아 실패가 나왔다. 네 차례 만에 성공한 사익스는 40점을 받았다. 결국 사익스는 마이클 크레익에게 1점 차이로 밀려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만약 사익스가 비장의 무기를 결승전에 꺼냈다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사익스의 결승진출 실패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사익스는 4쿼터 이재도가 하프라인에서 올려준 공을 그대로 덩크슛으로 연결하며 아쉬움을 씻었다.
▲ 경기 중 ‘마네킹 챌린지’ 기발한 아이디어
농구 외적인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2쿼터 초반 마이클 크레익이 오세근의 수비를 제치고 점프슛을 쐈다. 그 때 일제히 선수들과 심판까지 움직이지 않는 ‘마네킹 챌린지’를 했다. 선수들은 24초 계시기가 울리자 그제야 다시 얼음에서 깨어나 움직였다. 팬들은 박수갈채로 답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마네팅 챌린지’는 일제히 마네킹이 된 것처럼 플래시 몹을 펼치면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노는 비디오 트렌드다. 르브론 제임스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미셸 오바마 전 미국 영부인 등과 찍은 동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쿼터 후반에는 올스타 선수들 전원이 나와서 치어리더들과 댄스타임을 갖기도 했다. KBL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선수와 감독까지 ‘에이핑크’로 대동단결
2쿼터 종료 후에는 인기 걸그룹 에이핑크가 등장해 분위기를 절정으로 몰아갔다. 부산출신 에이핑크의 보컬 정은지는 경기 전 시투까지 맡아 성공시키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에이핑크는 ‘별의 별’ 등 최신곡을 선보여 팬들을 홀렸다.
걸그룹에게 넋을 놓은 것은 팬들 뿐만이 아니었다. 젊은 선수들은 물론 노장들도 ‘삼촌 미소’를 지을 정도로 에이핑크의 청순미는 강력했다. 양 팀 코칭스태프들까지도 아빠 미소를 짓게 했다. 기자도 본분을 잊고 오하영을 바라보며 5분 동안 행복했다.
▲ 부산에서 치른 올스타전...팬들 “좋아요”
사상 첫 부산에서 치른 올스타전에 대한 팬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창원에서 왔다는 대학생 팬 김령설(20, 부산교대, 사진 우측), 박윤주(20) 씨는 “창원 LG 김종규의 팬이다. 그 전까지는 올스타전이 서울에서만 열려 가지 못했다. 부산에서 하니까 부산사람들도 많이 오고 좋은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올스타전에서 김종규의 덩크슛을 보고 싶다. 김종규가 시즌 끝까지 안 다치고 잘하길 바란다. 김종규의 사인을 받고 싶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부산 사직체육관에는 인근 울산 모비스, 창원 LG의 팬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아 열기를 더했다. 이들은 가까운 곳에서 치르는 올스타전에 대한 갈증이 대단했다. 부산 올스타전의 흥행대박으로 KBL은 향후 올스타전 지방개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농구의 도시’ 창원, 원주, 전주에서도 올스타전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