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스프링캠프 계획이 전면 수정된다. 한화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지옥훈련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한화는 이달 31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 2월1일에 맞춰 스프링캠프 훈련 일정에 돌입한다. 당초 60명 넘는 대규모 인원을 꾸려서 오키나와 아예세 고친다구장을 베이스 캠프로 삼아 오키나와시에 위치한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불펜 및 보조구장 등 훈련장을 일부 빌려 두 개 구장으로 나눠 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큰 변수가 생겼다. 김성근 감독이 직접 수소문해서 훈련장 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구단 결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없던 일이 된 것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히로시마 훈련장은 숙소에서 최소 40분에서 1시간 가까이 걸려 선수들의 이동에 부담이 있다. 훈련 장소로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오키나와는 국내 구단들뿐만 아니라 일본 구단들도 무려 9개팀이 캠프지로 찾는 곳이다. 훈련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한화는 2013년부터 아예세 고친다구장을 5년 계약하며 훈련장을 확보했다. 그러나 고친다구장의 낙후된 시설 때문에 김성근 감독은 당초 계획한 훈련 스케줄에 변화를 줬다.
당초 60명이 넘는 인원에서 53명 정도로 10명 가까이 줄이기로 했다. 신인급 선수들은 2명 정도만 포함되며 나머지 선수들은 2군 퓨처스 캠프에서 시작한다. 투수도 32명에서 27명으로 더 줄였다. 당초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육성조를 따로 분류해서 체크할 계획이었지만 결국은 무산됐다.
김성근 감독은 "운동장을 구하지 못한 만큼 훈련 계획도 완전 바꾸게 됐다. 4번이나 훈련 스케줄을 고치며 고민한 끝에 코치들에게 계획을 줬다"며 "캠프 선수인원뿐만 아니라 연습량도 줄여야 할 듯하다. 연습을 많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캠프가 늦게 시작된 만큼 처음부터 강도를 높게 가져갈 수 없다. 그러다 3일만에 나가 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지난 2년 동안 한화 스프링캠프의 특징은 대규모 인원, 고강도 훈련이었다. 일본 고치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가진 것도 이 같은 이유였다. 고치는 추운 날씨 때문에 훈련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고, 구단 차원에서 1군이 아닌 2군 캠프지로 바꿨다. 하지만 실내연습장을 갖춘 시영구장과 20여분 떨어진 동부구장을 시간 제한없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시설·환경 측면에선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부상 발생 위험이 높은 날씨 문제로 고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고치 동부구장에 어마어마한 실내연습장이 새로 만들어졌는데 그걸 쓰지 못하게 돼 아쉽다"며 입맛을 다신 뒤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관련해선 "이번 캠프에선 유연성 강화를 위해 체조와 스트레칭 시간을 길게 잡아 놓았다. 몸이 뻣뻣한 선수들이 많아 부상자가 많았다"고 진단했다.
한화는 매년 마무리캠프와 2차 스프링캠프지로 오키나와를 찾았지만 1차 캠프지로 쓰는 것은 2013~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김성근 감독은 "오키나와는 경기 하러 오는 것이지 연습을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연습장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별로 점심식사시간을 나눠 훈련 시간이 겹치지 않게 활용해야 할 것 같다. 훈련량은 많지 않아도 일정은 타이트해질 것이다"고 달라진 캠프 훈련 방향을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