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색감·떡밥·노란종이...‘미씽나인’의 디테일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1.19 10: 00

MBC 새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이 과거와 현재, 현실과 무인도를 색감으로 구분 짓는 등 섬세한 디테일로 완성도를 높여 눈길을 모은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에서는 서준오(정경호 분)와 라봉희(백진희 분)가 올라탄 레전드엔터테인먼트 전용기가 추락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레전드엔터테인먼트에 취직한 라봉희는 서준오의 갖은 구박에도 취업에 성공, 출장을 통해 첫 해외여행을 하게 됐다. 레전드엔터테인먼트 해외 투어에는 과거 음주운전으로 밴드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서준오, 밴드의 드러머였지만 지금은 배우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최태호(최태준 분) 등 껄끄러운 관계를 가진 연예인들이 합류해 기내에는 어색한 기류가 맴돌았다.

이 와중에 레전드엔터테인먼트 전용기는 엔진 폭발로 바다 속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전부 바다에 휩쓸렸다. 드라마의 초반, 라봉희가 유일한 생존자로 중국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과연 누가 생존하고, 어떤 일이 있을지가 긴장감의 주된 요소로 떠올랐다.
‘미씽나인’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가진 드라마다. 라봉희의 기억들로 과거가 설명되기 때문에 드라마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고, 무인도와 육지라는 극과 극 배경 설정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시청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미씽나인’은 색감과 촬영 기법을 달리해 시청자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라봉희의 기억으로 풀어내는 과거의 기억은 묘하게 필터가 입혀진 느낌이다. 라봉희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은 선명하지만, 라봉희가 자신의 첫 출근날을 기억하는 장면에서부터는 화질이 전보다 묽고 약간 환상적인 기분마저 든다.
또한 라봉희의 기억 속에도 과거의 이야기가 등장할 때가 있다. 윤소희(류원 분)가 과거 자신과 서준오가 연인이었음을 라봉희에 말해주는 장면이나 비행기가 추락할 때 각자가 과거를 떠올릴 때의 장면이다. 이럴 때에는 화면 분할이 바뀐다. 전체적으로 화면이 잡히는 것이 아닌, 마치 흑백영화처럼 화면이 작아지고, 갈색의 필터가 입혀진다.
이런 색감의 묘한 차이는 의상에서도 나타난다. 공교롭게도 무인도에 불시착하는 전용기 속 인물들은 묘하게 흰색과 갈색으로 색깔을 맞춰 입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인도 내의 생존기의 컬러는 갈색으로 통일됐다. 반면에 공항에서 모습을 드러낸 라봉희는 눈에 띄는 선명한 붉은색 옷을 입었다.
그야말로 현재와 과거, 무인도와 현실을 완연한 색감 구분으로 차이를 둔 것. 이 차이 덕분에 시청자들은 시공간을 오가는 스토리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나름대로 스토리를 인식해갈 수 있게 됐다.
추리를 풀어갈 만한 단서, 즉 ‘떡밥’들도 여기저기 분포돼 있다. 대중의 앞에서는 라봉희를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뒤에서는 “당신이 나타나 일이 복잡하게 됐다. 어떻게든 기억을 되살려라”고 살벌하게 말하는 특별조사위원장 조희경(송옥숙 분), 밴드 드리머즈의 멤버 신재현(연제욱 분)의 갑작스러운 자살, 윤소희의 목에 걸려 있었지만, 생존한 라봉희의 목에서 포착된 목걸이 등이 의심스러운 떡밥이었다.
거기에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장치들도 눈에 띄었다. 초반에 국민들은 레전드엔터테인먼트 전용기 사고자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의미로 노란 종이에 염원을 담아 벽에 매달고, 촛불을 켠다. 생존자가 발견됐다는 속보에는 온 국민들이 서로 기뻐하고 눈물을 흘린다. 정부의 늦은 대책 마련과 조희경의 두 얼굴 또한 의미심장했다. / yjh0304@osen.co.kr
[사진] ‘미씽나인’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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