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진을 끌어올리는 묘책이 될 수 있을까.
한화 김성근(75) 감독은 "올 겨울이 유난히 길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예년 같았으면 15일 스프링캠프가 시작돼 본격적으로 시즌 준비에 들어갔을 시기이지만 올해부터 2월로 단체 훈련이 미뤄졌다. 선수들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김 감독은 초조함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진 않는다. 달라진 시대 풍경에 맞춰 김 감독도 묘안을 구상하고 있다. 2월1일부터 시작될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진 분업 캠프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 4개조로 나눠 선수별 특성, 훈련 방향에 맞춰 세심하게 분류키로 한 것이다.
김 감독은 "4개조로 투수진을 꾸릴 계획이다. 당장 실전에 나설 경기조, 천천히 몸을 만드는 조, 부상 재활조, 어린 투수들 위주의 육성조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캠프 명단도 60명 정도로 꾸려졌는데 그 중 투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이 4개조로 나눠 훈련을 한다.
한화는 내달 12일부터 무려 16차례의 연습경기 일정이 쉴 새 없이 잡혀있다. 김 감독은 "캠프 중반까지 아낄 투수들을 아껴야 한다. 그 선수들에겐 몸 만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실전 투입 시점을 늦추겠다고 설명했다. 투수 최고참 박정진을 비롯해 피로가 쌓인 정우람·송은범·심수창·윤규진이 이에 해당한다.
경기조는 12일부터 시작되는 캠프 연습경기에서 페이스를 바짝 끌어올려야 한다. 1군에서 검증된 이태양과 장민재뿐만 아니라 부활을 꿈꾸는 베테랑 배영수·이재우·송신영, 새롭게 검증 받아야 할 신예 김경태·김진영이 그 대상이다. 김 감독은 연습경기를 통해 이들의 1군 활용 가능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부상 재활조는 김 감독이 당장 전력 구상에서 배제한 선수들이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권혁·송창식, 어깨 웃자람뼈 제거 수술을 한 안영명, 어깨 통증을 앓고 있는 김혁민·김민우 등이 재활조에 포함된다. 육성조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2년차 권용우를 비롯해 신진급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훈련 성과에 따라 1군 캠프 잔류 또는 2군 캠프행이 결정된다.
다만 걸림돌이 하나 있으니 바로 훈련장 확보 문제다. 한화가 사용하는 오키나와 아예세 고친다구장은 대규모 인원이 4개조로 나눠 훈련하기에 공간이 협소하다. 불펜은 최대 5명이 동시에 공을 던질 수 있지만, 투수진 인원을 감안하면 다소 부족하다. 김 감독은 "주로 (2차 캠프) 경기를 위해 사용한 곳이지 60명의 선수들이 훈련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감독은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훈련장을 빌리는 방안을 고려하며 운동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력 약화가 우려되는 한화 마운드에 4개조 분업 캠프가 묘책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