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과 박현준, 뜻깊었던 KBO 신인 교육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1.13 18: 00

어느 해보다 뜻깊은 신인교육이었다. 이승엽과 박현준이란 두 명의 강사가 KBO 신인교육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KBO는 매해 겨울마다 당해연도 신인선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에 나눠져 있는 선수들이 가장 빨리 모일 수 있는 대전에서 해마다 열었다. 13일에도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2017년 10개 구단 신인선수 130여명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의미 있는 교육이 됐다. 가장 먼저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을 강사로 초청했다. 그동안 은퇴한 선수들이나 감독 출신 인물들이 강연을 맡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는 너무 멀게 느껴진 부분도 없지 않았다. 호응도나 참여도가 떨어졌지만 이날은 달랐다. 선수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승엽은 여전히 현역 선수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살아있는 레전드. 이승엽이 직접 전하는 프로의 세계, 자신의 노하우 등 피와 살이 되는 조언에 신인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로 결정한 이승엽도 50분가량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신인 후배들을 위해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했다. 
이승엽은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1년 잘한다고 기뻐할 것도, 못한다고 슬퍼하거나 기죽을 것 없다. 언제 갑자기 실력이 살아나고 죽을지 모른다"며 "야구를 하면서 너무나 행복했다. 야구 잘할 때 가장 부와 인기, 명예, 부수적인 것이 모두 따라온다. 하고 싶은 것 조금만 자제력을 가지면 여기 있는 모든 선수들이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이승엽뿐만이 아니었다. 5년 전 KBO리그를 충격에 빠뜨린 승부조작 사건으로 영구 제명된 LG 투수 출신 박현준도 교육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KBO리그는 지난해 승부조작 사태가 재발하며 혼란에 빠졌다. KBO 관계자는 "올행는 보다 확실하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박현준 선수에게 이 자리에 올 것을 부탁했다. 어려운 발걸음을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용기를 내 후배들 앞에 선 박현준은 자신의 과오와 전철을 밟지 않도록 교육에 나섰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승부조작 사건의 장본인이었던 박현준의 생생한 경험담을 신인선수들도 귀기울여 들였다. 
박현준은 "KBO에서 부정방지 교육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내가?'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 와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 같다"며 "승부조작 제의는 정말 가까이에 있다. 힘들게 운동을 뒷바라지하신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은 나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연장을 숨죽이게 했다. 
이승엽과 박현준 외에도 윤희정 스프치맵 대표 아나운서가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대응법에 대해 강의했고, 이종열 KBO 육성위원은 '프로선수가 가져야 할 매너'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또한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이규환 부장의 반도빙 교육을 끝으로 오리엔테이션이 마무리됐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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