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승부조작으로 영구 제명된 박현준(31)이 야구 후배들 앞에 섰다.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다.
박현준은 13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2017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 부정방지 교육시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KBO는 프로선수가 갖춰야 할 도덕성의 중요성, 부정방지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박현준을 불렀다. KBO 관계자는 "신인선수들에게 확실한 교육 효과를 주기 위해 고민했다. 박현준 선수가 힘든 길을 와줬다"고 고마워했다.
용기를 내 후배들을 만난 박현준은 "제가 KBO에서 연락을 받고 부정방지 교육을 해달라고 했을 때 '내가?' 이런 생각이었다. 여러분들게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여기 와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 같다. KBO에도 상처였고, 안 좋은 선례를 남겼기 때문에 내가 지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기 오게 됐다. 저도 2009년 여러분들처럼 신인 교육을 받았다. 제 기억 속에는 뇌리에 남지 않았고, 그런 실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현준은 "솔직히 뭐 준비한 게 없다. 저를 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며 "모두 힘들게 운동해서 프로선수가 됐는데 이걸 끝까지 지켜야 한다. 1군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운동을 해서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유니폼을 오래 입으란 말을 하고 싶다. 밖에 나와보면 알겠지만 유니폼 오래 입고 있을 때가 좋다"고 당부했다.
또한 박현준은 "승부조작은 정말 가까이 있다. 동료 선수들한테 (제의가) 갈 수도 있고, 어렸을 때 같이 운동한 친구들에게 부탁받을 수 있다. 그런 것을 여러분이 뿌리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며 "90% 이상 힘들게 운동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만 힘든 게 아니라 부모님들이 힘들게 뒷바라지 해주시지 않나. 부모님 생각하면 후회가 많이 된다. 저 같은 후회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직구 하나 줄게 쳐라, 이것도 나쁜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데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다. 운동선수면 정정당당하게 해서 이기고 져야 한다. 우리나라 아마추어가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언론에 제 이름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정말 불편하다. 이전에도 이태양 선수가 있었는데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불편하다. 다시는 언론에 제 이름이 나오지 않길 부탁한다"고 마무리했다.
지난 2009년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SK에 지명된 유망주 출신으로 2010년 LG 이적 후 잠재력을 터뜨렸다. 특히 2011년에는 29경기 163⅔이닝 13승10패 평균자책점 4.18 탈삼진 137개로 활약, LG의 토종 에이스이자 한국야구의 미래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해 한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2차례 승부조작에 가담하며 브로커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박현준은 2012년 KBO로부터 영구 실격 처분을 받았다. 한 때 도미니카에서 야구를 했지만, 지금은 야구를 접고 휴대폰 대리점 점장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