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잘해야 하지만 주위를 둘러볼 수 있어야 한다".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이 강연자로 나섰다. 2017년 KBO리그에 데뷔하는 신인선수들을 대상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이승엽은 13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2017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 강연자로 나섰다. 그동안 은퇴한지 오래된 레전드들이 강연에 나섰지만, 올해는 '살아있는 전설' 이승엽이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KBO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에겐 그라운드가 아닌 교육장에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20년 넘는 프로 생활 동안 실력과 인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선수로 찬사를 받아온 이승엽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서있는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달했다. 20살 넘게 차이 나는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오부터 50분가량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다.
'선배와의 만남' 시간에 맞춰 강단에 올라선 이승엽은 "여러분은 이제 1년째를 시작하지만 전 올해 23년째가 됐다. 앞으로 하다 보면 너무나 힘들도 지치고 도망가고 싶고, 사람들이 겁날 것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날 텐데 잘 이겨내야 한다. 야구선수는 운동으로 이겨내는 것밖에 없다. 휴식, 친구, 너무나 많은 방법으로 스트레스 풀 수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가 어려움이 행복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로야구선수는 성적이 안 날 때 가장 힘들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야구선수라서 야구 잘하는 게 최고이고, 야구를 잘해야 하지만 주위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친구들과 관계, 팬들과 관계, 선후배와 관계 모두 신경 써야 한다"며 "힘든 적이 있었지만 나의 뒤는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저 역시 그런 부담감과 책임감 갖고 이겨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수많은 국제대회와 일본리그 경험을 갖고 있는 이승엽은 "단 한 가지,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1년 잘한다고 기뻐할 것도, 못한다고 슬퍼하거나 기죽을 것 없다. 언제 갑자기 실력이 살아나고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며 "야구를 하면 너무나 행복했다. 야구 잘할 때 가장 부와 인기, 명예, 부수적인 건 모두 따라온다. 하고 싶은 것 조금만 자제력을 가지면 여기 있는 모든 선수들이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힘을 불어넣어줬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 이승엽은 "정말 많다. 프로야구선수로서 가져야 할 소양이라든지, 인기선수로서 주위 사람들을 대하는 행동의 표본이라든지 굉장히 많다.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듯이 앞으로 굉장히 힘들고 지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여러분들은 주위를 많이 둘러보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이승엽은 "프로 1~2년차 때 힘든 적이 많았다. 선수들이 야구를 잘하기 위해 사생활이나 친구 관계를 조금만 더 조심했으면 한다. 앞으로 프로야구를 이끌어나갈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뒤에는 항상 부모님과 형제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행동했으면 한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조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프로에서 도태되지 않고 최고의 모습으로 야구장에서 최고 성적을 올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인선수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기도 한 이승엽은 "주어진 훈련에 만족해선 안 된다. 안일하게 하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다. 분명 기회가 있을테니 놓치지 않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며 기술적인 조언에 대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미완의 대기라고도 하는데 여러분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야구장에서 쏟아야 한다. 자기 본인만의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고 주문했다.
쏟아진 질문들에 성실하게 답변을 한 이승엽은 후배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