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시네마] 조인성X정우성 '더 킹', 알고 보니 근현대사 영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1.13 08: 43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은 타임머신을 탄 듯 우리를 과거로 안내한다.
김영삼 문민정부시절부터 야권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낸 뒤 15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돼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여야 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대중 정부, 국민의 참여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에서 ‘참여정부’라고 불린 노무현 정부, 야당이었던 당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MB정부까지 25년의 세월을 집약해 보여준다.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살고 싶었던 박태수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검사 한강식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고 설명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를 다룬 역사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통해 우리나라의 부조리함과 부패를 담아내며 메시지를 전달했던 그간의 영화들과 달리 ‘더 킹’은 세상 위에서 군림하는 권력가들의 민낯을 고스란히 들추며 우리 사회가 가진 부조리함을 담아냈다. 포스터에도 적혀 있듯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지난 12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한재림 감독은 “우리나라처럼 권력자들이 살기 편안한 곳이 없다는 생각에 기획을 하게 됐다”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등 배우진이 돋보이지만 ‘더 킹’은 한재림 감독의 영화다.
물론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건 위주의 전개가 아닌 한 남자의 심경을 위주로 보여준다. 가진 것 없던 태수가 검사로 성장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희로애락을 보여주며 영화 속에 담긴 역사적 사건과 현 정치의 심각성에 대해 전달했다.
14대 대통령 김영삼 정부부터 17대 대통령 이명박 정부까지 격동의 시절을 겪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치열하게 담은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에 대한 비판과 풍자도 담았다.
태수를 연기한 조인성, 한강식 역의 정우성의 연기가 돋보인다. 9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조인성을 박태수라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권력의 맛을 알게 된 모습부터 실세에 붙어 군림하는 인물이 되기까지 한 남자의 섬세하고 다양한 감정을 보여줬다.
그와 함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정우성이 대한민국의 권력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차세대 검사장 한강식 역을 맡으며 빛나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어두운 한국 근현대사와 시대의 아픔을 슬쩍 건드리는 동시에 돈과 권력, 명예에 집중한 인물들의 본질을 예리하게 꿰뚫었다.
‘더 킹’은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고, 대한민국의 왕은 국민이라는 주제를 전달한다. 한국 근현대사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보고자 하는 역사 애호가들에게도 큰 재미를 줄 것 같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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