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챔피언스필드 재협약 진통, 이유를 따져보니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7.01.13 06: 00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운영권 재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2013년 광주광역시 임동의 무등종합경기장 축구장 부지에 들어선 챔피언스필드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신구장 건립의 광주의 숙원 사업이었다. 강운태 당시 시장을 비롯해 광주시가 적극나서고 기아자동차와 체육진흥기금(토토자금) 994억 원을 투입해 완공했다.
그러나 건립 4년이 지났는데도 챔피언스필드 운영권 협상은 아직도 타결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와 기아자동차의 협약에 대해 지역의 시민단체가 특혜라며 제동을 걸었다. 양측은 재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해를 넘기며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향후 마산 등 다른 지역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어 그 과정과 쟁점사항을 짚어보자. 

▲협상진행과정
KIA와 광주광역시는 2011년 신구장 건립 과정에서 300억 원을 내놓고 25년간 독점 운영권을 갖기로 계약했다. 광고권, 네이밍라이츠(명명권), 매점 운영권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시민단체의 감사청구를 받은 감사원은 조사를 통해 사용료가 낮게 책정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근거로 시민단체는 특혜라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지역 언론까지 가세했고 결국 재협상에 돌입했다. 재협상을 위한 손익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작년 스포츠산업 진흥법 개정이 되면서 감사원의 평가의 근거가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시와 KIA는 자체 용역을 다시 했다. 지어진 야구장에서 실제로 2년 동안 직접 운영한 결과를 토대로 정밀한 평가를 실시했다. 
시측 용역은 KIA 구단이 25년을 운영하면 23억 원의 흑자가 나온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감정평가원과 자체 회계분석까지 투트랙이었다. 반면 KIA(자동차 관재팀)의 용역 결과는 25년 동안 182억원 적자였다. 시설 개선비 등 기본 투자비와 임금 인상 등 인력운용비 등 향후 발생되는 비용까지 포함한 결과였다.
특히 KIA가 구장을 사용하면서 이미 집행한 50억 원의 시설 개선비 적용 여부를 놓고도 이견이 있었다. 덕아웃 개축, 운동장 보수, 좌석 교체, 스카이박스 리모델링에 투입했다. 관중 편의를 위한 개선비용이었다. KIA는 100% 인정을 요구했다. 시측은 20%만 인정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양측의 차이가 크자 평가위원장 전용배 단국대 교수가 중재안을 냈다. KIA측이 추가로 25~30억 원을 사회공헌기금 형식으로 납부하고 25년을 사용하는 것이다. 근거는 시설 개선비 50억 가운데 50%만 인정받고 나머지를 기금으로 내는 것이다. 이 중재안을 놓고 광주시측은 재협약 TF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진통이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결정권자인 윤장현 시장이 뒤로 빠져있고 재협약 TF팀에게 결정권을 맡긴 것이다. TF팀에는 참여자치 21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 시의회 의원 등 9명이 참가했다. 사실상 자문기구가 아닌 의사결정기구이다. 게다가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어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반면 KIA측도 자체 용역결과 182억 원의 적자에 시설 개선비용까지 보전받지 못해 불만이 있다. KIA측은 광주시 TF팀의 결정을 보고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야구단에 대한 인식의 차
#조오섭 시 의원(광주시 재협약 TF팀 위원장)=기본적으로 KIA가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인식의 출발점은 994억 원짜리 야구장 건립을 계열사인 현대건설이 했다는 것이다. 물론 야구단의 여러가지 공공적 가치도 이해한다. 중재안에 대해서 TF팀내에서도 위원들의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손익평가위원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 협상이 늦어지면 안된다. 내 생각은 윤장현 시장이 2월 이내에 직접 기아쪽과 만나 통 크게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기아자동차 임동평 관재팀장(협상책임자)=우리 용역 결과 적자로 나왔기 때문에 기존 계약을 고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협약이기 때문에 손익평가 위원회가 끝나면 광주시와 논의하겠다. 매년 야구단의 적자가 200억 원이 넘는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야구단은 사회적 기여 활동이다. 이번에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많은 돈을 들여 최형우를 영입한 것도 성적을 올려 시민들에게 희열을 안겨주기 위해서다. 이런 부분들을 시민들께서 잘 이해주시면 좋겠다. 우리는 시민과 야구단이 한몸이 되기를 원한다. 
#전용배 손익평가위원회 위원장(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합의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 시측은 기아와 어느 정도 의견을 맞추었다. 그런데 (TF팀내의) 시민단체는 재벌에 대한 특혜로 여기고 있다. 야구단은 공공재라는 인식도도 낮다. 그래서 말 자체가 잘 안되기도 한다. 기아측은 광주시장이 직접 찾아와 300억을 내면 25년 운영권을 주겠다 해서 동의했는데 나중에 태도가 달라진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내가 중재안을 냈는데 양쪽 모두 불만을 갖고 있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다른 지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차라리 공론화 해서 논의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다.  
▲선진국 야구장은?
전용배 교수의 말대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야구단을 하나의 공공재로 여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스포츠 문화를 체험하고 여가를 즐기는 공간인 것이다. 여기에 지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효과도 있어 야구단은 지역의 자긍심이 되고 있다. 때문에 지자체 대부분은 장기임대로 야구장의 운영권을 보장하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지정관리제도를 도입해 구단에게 야구장 운영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구장내 매점과 광고권은 물론 네이밍라이트(명명권) 뿐만 아니라 구장 외부의 놀이시설 등 파크화를 통해 수익을 올리도록 해주고 있다. 야구단 재정이 튼튼해야 더 좋은 야구를 선사하고 시민들은 야구라는 문화상품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자체로도 지역 경제의 한 축이다. 일본의 히로시마 카프 구단은 2009년 완공된 마쓰다 줌줌 스타디움을 쓰면서 매년 5억8000만 엔(약 60억 원)의 사용료를 지불했다. 신구장 효과 덕택에 관중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연간 200만 명을 넘겼고 열렬한 응원속에서 작년 25년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매출액은 148억 엔(약 1500억 원)을 넘었다. 야구단 하나가 스포츠산업으로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 뉴욕 양키스는 양키스타디움을 새로 지으면서 땅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건설했다. 건설비 15억 달러도 적자 구단 지원 형태로 보전을 받았다. 양키스는 뉴욕시에 40년 동안 연간 10달러, 총 400달러의 이용료만 냈다. 여기에는 뉴욕 연고지를 떠나지 않겠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왜 뉴욕시가 이런 선택을 했을까. 단순히 세수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 산업이 미치는 지역경제와 지역민의 문화 서비스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실
임동평 관재팀장의 말대로 한국 프로야구단들은 매년 150~200억 원의 적자를 본다. 일부 구단을 제외하고 대부분 비슷한 규모의 적자를 낸다. 적자기업이지만 30년 넘게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이유는 모그룹이 일종의 문화적 기부행위로 여기기 때문이다. 모기업이 돈을 벌어 야구단 지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역민들에게 여가 공간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자체들은 아직까지는 야구단은 공공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자체 가운데 인천과 수원이 프로야구단 지원에 적극적이다. 서울시는 잠실구장의 광고권을 독점하다 올해부터 광고권 일부를 LG와 두산 구단에게 양도하기도 했다. 광고 가치가 생기는 근원이 바로 야구단이라는 점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작년 스포츠산업 진흥법이 통과되면서 건립비의 25% 이상만 내면 25년 무상 이용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것도 지자체의 조례가 필요하다. 만일 지자체의 지원이 아쉽다면 야구단은 지원이 좋은 지역으로 연고지를 옮기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연고지 이전이라는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 전용배 교수는 "미국의 프로스포츠의 역사를 보면 부단히 연고지 이전을 통해 산업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챔스필드의 또 다른 딜레마 
챔피언스필드는 재협약 협상과 동시에 소음과 빛 공해 소송도 벌이고 있다. 챔피언스필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해 KIA와 광주시를 상대로 소음피해와 빛 공해 구제소송을 제기했다. 경기중 발생하는 응원과 함성 소리, 조명 때문에 일상 생활에 불편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야구장의 소음과 조명 피해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년에 실시한 피해 감정 조사보고서가 나오는대로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광주 북구청은 지난 연말 챔피언스필드에서 서림초등학교의 사이의 4차전 도로를 '야구의 길'로 명명하고 관련 사업을 벌였다. 총 6억 원을 투입해 상징물, 그리고 야구역사 안내판을 설치했고 향후 챔스필드 일대를 야구의 마을로 조성하려고 한다. 한쪽에서는 야구의 마을을 만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딜레마에 빠진 챔피언스필드가 아닐 수 없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