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들의 K리그 유턴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북은 12일 분데스리가서 활약하던 김진수(25, 호펜하임)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김진수는 계약기간 4년, 이적료 17억 5천만 원의 조건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수의 영입으로 전북은 측면수비수 고민을 해결했다. 국가대표가 즐비한 전북은 아시아챔피언으로 2017년에도 모든 대회 석권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 전북은 영국무대서 활약하던 김보경(28, 전북)을 데려와 재미를 봤다. 김보경은 이재성과 강력한 중원을 구축하며 전북의 아시아 정복에 엔진역할을 든든히 해줬다. 김보경을 신호탄으로 해외파들의 K리그 유턴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는 추세다.
▲ 주전경쟁서 밀린 선수들, K리그서 재기 노려
김진수는 이번에 첫 K리그 데뷔다. 그는 2012년 일본 알비렉스 니가타에서 프로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으로 이적해 유럽파가 됐다. 김진수는 왼쪽풀백으로 주전 자리를 굳히며 독일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주전경쟁서 밀려나며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붙박이였던 국가대표 선발에서도 밀렸다. 결국 김진수는 K리그 입단이라는 선택을 내리게 됐다.
해외파, 특히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우 주전경쟁이 심하다. 한창 뛸 20대 선수들에게 1년 이상 공백은 치명적이다. 언제 주어질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벤치에서 대기하는 것도 길어지면 스트레스가 심하다. 이들이 주전으로 출전이 보장된 K리그로 오는 이유다.
2012년 카디프 시티를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킬 때만 하더라도 김보경의 미래는 밝았다. ‘제2의 박지성’으로 불리며 유럽리그생활도 탄탄대로였다. 그런데 김보경을 아끼던 말키 맥케이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김보경도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김보경은 위건, J리그 등 소속팀을 자주 옮겼다. 소속팀의 부진으로 국가대표팀서도 자리를 자주 비웠다. 영국무대 진출을 위한 취업비자 요건이 까다로워진 것도 김보경의 유턴에 이유 중 하나다.
ACL 우승 후 김보경은 “만약 비자문제만 해결됐다면 지금 영국에 있었을 것”이라며 “유럽에서 돌아오며 팀을 정할 때 ACL에서 경쟁력 있는 팀으로 가려고 했다. 일본에서 몇 팀의 제의가 있었고, 한국에서도 있었다. 최강희 감독님과 만나서 비전을 들어보니 내가 원하는 팀이 전북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우승을 했다. 감독님이 믿어주신 결과에 보답해 기쁘다”며 최강희 감독에게 감사했다.
▲ 해외파에 어울리는 몸값 지불할 수 있어야
유럽파들의 경우 프리미엄이 붙어 몸값이 뛴다. 유럽무대 진출만으로 국내무대서 통할 수 있는 수준급 기량을 갖췄다는 증거로 본다. 국가대표팀에서 기량이 검증된 김진수의 경우 더욱 그렇다. K리그 구단 모두가 군침을 흘릴 실력이다.
이적의 현실적 문제는 역시 몸값이다. 유럽에서 뛰던 선수를 데려오려면 이에 걸맞는 이적료와 연봉을 제시해야 한다. 유럽클럽들과 이적을 성사시켜야 한다. 갈수록 이적시장이 메말라가는 K리그 현실에서 쉽지 않은 문제다. 그나마 전북은 아시아 제패라는 명확한 목표달성을 위해 김보경을 데려왔다. 전북은 김진수 영입으로 수비의 약점까지 메웠다. ACL 우승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냈기에 가능한 영입이었다. 다른 구단으로서는 김진수 등 유럽파들이 시장에 나와도 군침밖에 흘릴 수 없다.
▲ K리그서 뛰어야 병역문제 해결가능
한국선수들의 경우 상주 상무, 경찰청 등 군팀에서 활약하며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서는 K리그에서 6개월 이상 뛰어야하는 조건이 있다. 더군다나 단순 임대가 아닌 완전 이적을 조건으로 한다. 몸값이 높은 해외파 선수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조건이다. 병역을 마치지 않고 해외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의 경우, 해외생활을 지속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같은 상무라도 야구, 농구 등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는 이러한 조건이 없다.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어쨌든 선수들은 지켜야 한다.
박주호(30, 도르트문트)와 김진수는 2014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문제를 해결해 부담이 적다. 반면 손흥민(25, 토트넘)은 EPL에서 맹활약에도 불구 군대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몸값이 비싼 손흥민은 K리그 이적도 쉽지 않아 더욱 문제다.
김보경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문제를 해결했다. 김보경 역시 전북에서의 맹활약으로 해외무대 재진출설이 나오기도 했다. 김보경은 “해외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도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배우는 것이 많다. 이재성 나이만 돼도 다시 유럽에 갈 텐데 난 이제 나이가 많다”며 전북 생활에 만족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김진수 / 전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