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처음 맛본 모욕감..남편 덕분에 이겨냈죠"[인터뷰②]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7.01.12 11: 30

욕심은 났지만 생전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TV속이나 스크린 속에서 김하늘은 늘상 사랑받는 여자였다. "널 사랑해" 이런 대사는 멜로 혹은 로맨틱 코미디를 해왔던 김하늘에겐 익숙한 대사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악마같아", "널 사랑한 적 없어". 배우 생활을 하면서 들어본 적 없는 말들이었다. 비록 연기였지만 그 감정에 이입해 연기를 하는 배우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감정이었다.
모욕감까지 느꼈단다. 그런 모욕감 속에서도 김하늘이 버틸 수 있었던 건 남편의 사랑 덕분이었다. 남편의 사랑을 받던, 가장 행복하던 시기에 김하늘은 '여교사'를 만났다. 연기할 때 최저로 떨어진 감정은 연기에서 벗어나면 현실의 사랑으로 채울 수 있었다. 

"아마 다른 시기였다면 '여교사'를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사랑 덕분에 관객은 김하늘의 변신을 맛볼 수 있었다.
다음은 김하늘과의 일문일답.
- 데뷔 20년..변화를 주고 싶어서 '여교사'를 선택한건가.
▲ 그런 생각을 하면 위험한 것 같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선택했을 때도 그 전에 멜로 연기만 했었다. 그래서 코믹한 연기를 선택함으로써 청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냐는 질문을 들었다. 공포 영화를 선택하면 장르를 넓힐 생각이냐는 질문을 들었다. 도전 관련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하면 좀 부담스럽다. 그냥 세월이 가고 연기 생활도 오래되면서 연기폭도 자연스럽게 넓어지면서 선택을 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이 작품이 몇 년 전에 들어왔다면 자신이 없었을 거다. 차근차근 연기폭이 넓어지면서 내가 지금 시기에 이 친구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표현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고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선택한 것이다. 확 변화를 주겠다는 느낌으로 선택한 건 아니다. 사실 이번 작품은 정말 도전이 맞긴 한 것 같다. 내가 원래 도전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부담스러워서. 하지만 이 친구는 도전이었다.  
- 도전이라고 표현을 사용했다.
▲ 표현하지 않았던 캐릭터라 나한테도 낯설었다. 20년 가까이 공포, 스릴러는 해봤지만 대부분 사랑 안에 있는 연기를 했고 로맨스 연기를 대부분 해왔다. 이 친구는 사랑을 너무 못 받고 외면당하는 느낌이라 '블라인드'랑은 또 달랐다. 이 대본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한 느낌이 들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말들을 듣는 연기를 하다가 '악마같아', '널 사랑하지 않았어' 이런 대사들을 들을 때의 모욕감이 정말 모욕감이 느껴지더라. 사랑 연기할 때는 그런 멘트를 들으면 설레고 그 속에서 감정 표현이 나오는 법인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에 가슴에 박히는 느낌이 모욕감이 쉽지 않더라. 나한테는 이런 친구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 그럼에도 선택할 수 있었던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건가.
▲ 사실 이번 작품을 선택할 때 너무 행복한 시기였다. 정말 사랑받는 시기였다. 그런 시기가 아니였으면 망설였을 것 같다.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할 때 몰입되고 빠지는데 '여교사' 연기를 할 때 계속 그 감정의 연기를 하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내 연기 스타일이 몰입을 하는 스타일인데 연기하고 빠져나왔을 때 치유가 되지 않으면 다음날 지쳐있을 것 같고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 시기가 다행히 나한테는 행복한 시기였기 때문에 균형이 잘 맞았었다. 효주를 연기할 때 힘이 나고 그랬다. 배우가 연기할 때 컨디션도 중요하고 체력도 중요하다. 다행히 빠져나왔을 때 좋은 컨디션이라 몰입할 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3편에 계속. / trio88@osen.co.kr
[사진] 필라멘트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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