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한석규의 메롱?..'낭만닥터'의 완급조절 노하우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1.10 11: 45

분명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현실 고발작이다. 그런데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게만 다루지는 않는다. 이게 바로 우리가 SBS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는 이유다. 
지난해 11월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낭만닥터 김사부'는 '천재 괴짜 의사' 김사부(한석규 분)를 만난 젊은 의사 강동주(유연석 분), 윤서정(서현진 분)이 '진짜 의사'가 돼 가는 성장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의사들의 이야기만 다는 건 아니다. 그동안 풀어낸 에피소드에서 이 작품은 우리 사회를 고발했다. 기득권층의 갑질 논란과 군대 내 폭행 문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까지. 

에피소드마다 씁쓸한 현실을 축소해 그려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긴장과 완화 사이, 완급 조절을 해가며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한목했다. 마냥 무겁지도 마냥 가볍지도 않은 게 '낭만닥터 김사부'의 무게감이다. 
9일 방송에서도 이 센스는 돋보였다. 
도 원장(최진호 분)은 김사부(한석규 분)에게 수술을 받은 신 회장(주현 분)이 깨어나지 못하자 돌담병원을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격분한 김사부는 장 실장(임원희 분)에게 거대병원 사람들을 중환자실 위로 못 오도록 막으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장 실장과 외과과장(장혁진 분)이 맞섰다. 본원 관계자들과 병원에 들어서려는 외과과장과, 이들을 막으려는 장 실장 무리는 급기야 몸싸움을 벌였다. 이 장면에 샹송이 깔렸고 언밸런스한 격투극이 완성됐다. 
분명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었는데도 어쩐히 코믹했다. 임원희의 과장된 표정 연기에 한데 엉겨붙은 배우들의 몸싸움이 언밸런스한 배경음악과 맞물려 시청자들의 긴장을 완화시켰다. 손에 땀을 쥐고 있던 시청자들로서는 미소 지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패딩 점퍼도 유용한 도구였다. 돌담병원 폐쇄 위기에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불안감으로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김사부는 그런 직원들을 다독거렸고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이 자리에 서서 날 필요로 하는 환자들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직원들은 힘을 얻었다. 바로 그 때 응급환자가 들어왔고 우연화(서은수 분)는 치료를 위해 패딩 점퍼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점퍼 속 깃털들이 터져나왔고 응급실엔 눈이 온 것처럼 변했다. 김사부는 이를 지켜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예감처럼 이들의 우려와 걱정은 한낱 가벼운 깃털과 같았다. 신 회장이 의식을 되찾았기 때문. 이 소식을 듣고 도 원장이 돌담병원에 도착했고 신 회장 곁에서 김사부는 그를 향해 '메롱'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괴짜' 의사 다운 면모였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완급 조절 중심에 김사부를 연기하는 한석규가 있다. 그리고 이 장치를 센스 있게 다루는 제작진이 있기에 '낭만닥터 김사부'의 시청률은 오늘도 고공 행진 중이다. 시청자들이 믿고 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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