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집중분석] 비싼 개인 전지훈련, 부익부 빈익빈 심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10 06: 08

비활동기간 엄수로 새로운 풍속도가 만들어졌다. 너도나도 개인훈련이다. 그러나 훈련 과정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지난해 12월 총회를 열고 비활동기간을 철저히 지키기로 뜻을 모았다. 봉급이 지급되지 않는 12월과 1월은 구단 주도의 훈련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12월은 야구장에도 출입이 금지된다. 1월에는 야구장에 출입할 수는 있으나 코치나 트레이너들과는 접촉할 수 없다. 그간 1월 중순에 시작했던 전지훈련도 비활동기간이 끝난 뒤에야 가능하다.
그간 비활동기간 준수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로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가 원년인 셈이다. 나름대로 명분은 갖는다. 선수들도 휴식이 필요하고, 사생활이 있다. 자율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예전과 달리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투철해져 마냥 노는 선수도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훈련 장소인데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그대로 나타난다.

대비되는 발걸음, 고액 연봉자들도 ‘비용 부담’
일부 고액 연봉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해외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주로 찾는 곳은 따뜻한 괌이나 사이판이다.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로 가는 선수들도 있다. 한창 추운 국내와는 달리 훈련을 하기에 적합한 기후 조건이다. 시차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적응도 유리하다. 반대로 이곳에 갈 만한 금전적 여력이 부족한 저연봉 선수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국내에 남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실 해외 전지훈련 비용은 고액 연봉자들도 부담이 될 만한 수준이다. 항공료·숙박비·식대는 물론 경기장 대여료·웨이트트레이닝장 이용료 등이 만만치 않다. 괌의 경우 2주 기준으로 약 300~350만 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판은 이보다 조금 더 저렴하지만 역시 250~300만 원이 든다. 선수들이 따로 쓰는 비용은 제외다. 현지 대행사를 활용하는 것이 편하지만 수수료 부담이 있다. 이에 선수들이 직접 수소문을 하는 경우도 많다.
2~3억 이상 연봉을 받는 고액연봉자들도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 연봉대의 한 선수는 “한 달로 치면 600만 원이 훨씬 넘는다. 투자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부담이 된다.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저가항공을 타는 선수들도 꽤 있다”면서 “우리도 이런데 저연봉 선수들은 아예 엄두도 못 낼 것이다. 월급을 몇 달 모아야 갈 수 있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배들이 비용을 조금씩 더 내는 분위기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존 1월 15일 전지훈련 출발이라면 쓰지 않아도 될 돈이라 심리적인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전지훈련에 갈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선수는 낫다. 나머지 선수들은 한국에 남아 묵묵히 훈련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무래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최저연봉 수준의 3년차 투수는 “추워서 피칭을 할 수는 없다. 간단한 캐치볼이 할 수 있는 전부”라면서 “생각보다 연말이 춥지 않았는데 언제 한파가 몰려올지 모른다. 이제 한창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웨이트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구단은 ‘관망’ 선수협은 ‘강행 의지’
구단은 불안함 속에 1월을 보내고 있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시선이 조금 엇갈리는 분위기가 읽힌다. 프런트로서는 사실 나쁠 것이 별로 없다. 전지훈련 준비로 1월 초가 전쟁 같았지만 2월로 밀림에 따라 업무의 여유가 생겼다. 전지훈련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예년 같았으면 연봉협상을 서둘러 마감해야 할 시기지만, 아직도 여유를 부리고 있는 팀들이 있다. 비활동기간 준수가 만들어낸 새 풍속도다. “일단 1년은 지켜보자”는 기류다.
반대로 코칭스태프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특히 투수 파트 코치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정에 따르면 2월 1일부터는 라이브 피칭을 할 수 있는 몸 상태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코치들도 현재 선수들의 몸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가 없어 답답하다. 베테랑 선수들이야 경험이 있고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 수 있으니 믿는다 치더라도 신진급 선수들이 걱정이다. 한 투수코치는 “전지훈련에서 갑자기 페이스를 끌어올리려다보면 부상이 올 수도 있다.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선수협이 제공한 웨이트트레이닝 시설 또한 선수들의 반응이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다. 선수협은 전국 각지 20개 정도의 시설과 협약을 맺고 비활동기간 중 선수들이 언제든지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야구에 필요한 기구들이 너무 적다. 일반인들의 기준에 맞춰놓은 것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일반인들도 같이 써 훈련 분위기도 조금 산만한 편”이라고 말한다. 실제 1월에 야구장이 열리자 대부분의 선수들은 집 근처 시설을 놔두고 경기장에 출근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선수협도 수렴하고 있다. 그러나 비활동기간 준수에 대한 방침은 변화가 없다. 초기에 나타나는 시행착오는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올해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에는 좀 더 저연봉 선수들을 배려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타난 문제점은 이미 시행 전부터 꾸준히 지적된 문제였다. 비활동기간 중 단체훈련을 금지하고 있는 현 제도 하에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프시즌의 몸 상태는 시즌 전체의 판도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여기서 여유가 있는 선수는 이득을 보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손해를 본다면 양극화만 더 심해질 수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그림이고 선수협도 원하지 않는다. 올해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할 지혜를 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비활동기간 준수 구호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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