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시절 ‘투수의 팀’에 가까웠던 SK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팀 노선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마운드 육성은 여전히 중시하고 있지만, 팀 장타력을 좀 더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규격이 작은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여건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예상보다 일찍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SK는 총 182개의 홈런을 쳤다. 두산(183개)에 간발의 차로 뒤진 리그 2위 기록이었다. 2015년(145개)과 비교하면 37개가 늘어났다. 최정이 개인 첫 40홈런 고지에 오르며 공동 홈런왕을 차지했고 정의윤이 27개, 고메즈가 21개를 보탰다. 그 외에도 최승준(19개), 박정권(18개), 이재원(15개), 김강민(10개)까지 7명이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물론 출루율이 떨어지고 팀 배팅이 원활하지 않아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도 경기 흐름을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홈런포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이런 장점을 잘 유지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면 된다. 홈런은 아무나 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어쩌면 SK는 타 팀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2017년 팀의 긍정적 요소다.
그렇다면 SK는 올해 이 힘을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까. 뚜껑은 열어봐야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할 만하다. 홈런포 주인공들의 이탈이 없는 가운데,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선수들이 더 가세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구단 역사상 첫 200홈런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정과 정의윤이 올해와 같은 홈런 개수를 유지하지 못한다고 가정하고, 새 외국인 선수 대니 워스의 장타력이 미지수이며, 포지션 중복이 있다는 점에서 물론 변수는 있다. 그러나 오히려 홈런에 있어서는 더 강한 지뢰밭 타선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20홈런 이상이 가능한 거포 유망주인 한동민의 가세는 대표적이다. 선천적인 힘은 타고 났고 국군체육부대에서도 퓨처스리그(2군)를 폭격하며 경험까지 쌓았다. 선발 좌익수 기용 가능성이 점쳐지는데 지난해 SK에서 리그 평균 대비 홈런 생산력이 가장 떨어졌던 지점이 바로 좌익수였다.
이 자리는 김동엽도 들어올 수 있다. 리그 최고의 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김동엽은 지난해 6개의 홈런을 쳤다. 아무래도 정확도에 좀 더 초점을 맞추다보니 자신의 스윙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 하지만 컨택 위주의 타격을 해도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은 축복받은 재능이다. 좀 더 과감한 스윙을 하고 변화구 대처 능력이 향상된다면 역시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홈런을 더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 최승준은 지난해 76경기에서 19개의 아치를 그렸다.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이 개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부상으로 115경기 출전에 그친 김강민은 건강하다면 역시 15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는 타자다. 15개의 홈런을 기록한 이재원도 20개는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진 끝에 18홈런에 그친 박정권은 여전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힘만 보면 능히 20개 이상을 때려야 하는 선수다. 워스까지 두 자릿수 홈런 대열에 가세한다면 금상첨화다.
결론적으로 SK의 팀 200홈런은 결코 꿈이 아니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역대 팀 200홈런은 2003년 삼성(213개)을 비롯, 1999년 해태(210개), 2000년 현대(208개), 1999년 삼성(207개), 2015년 넥센(203개)까지 단 5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구단 단일시즌 최다 팀 홈런 기록을 세운 SK가 내친 김에 역사상 6번째 팀이 될 수 있을지도 흥미롭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