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시절 팀 동료였던 강정호(30·피츠버그)와 박병호(31·미네소타)는 나란히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는 큰 성공을 거뒀다. KBO 야수들의 MLB행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한국야구사에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이다.
2015년을 앞두고 피츠버그와 계약을 맺은 강정호는 모두의 우려를 실력으로 날렸다. “동양인 내야수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홈런으로 KBO 리그를 평정한 박병호는 1285만 달러라는 거액의 포스팅 금액을 받으며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만약 추신수가 기록한 한국인 MLB 단일 시즌 최다 홈런(22홈런)이 깨진다면, 두 선수 중 하나의 손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두 선수는 나란히 2016년이 힘겨웠다. 박병호는 타석에서 부진했다. 12개의 홈런을 쳤지만 타율이 1할대로 처졌다. 결국 시즌 중반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고,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2015년 말 당한 치명적인 무릎 부상에서 돌아온 강정호는 그라운드에서는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더 좋아진 파워로 MLB 투수들을 두들겼다. 그러나 그라운드 밖에서 두 차례 구설수에 오르며 이미지를 구겼다.
이런 두 선수의 2017년은 사실 시작이 좋지 않다. 박병호는 여전히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시즌 준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감각의 공백은 걸림돌이다. 강정호는 시즌 전 알콜치료 클리닉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결정되지 않아 스프링캠프 출발을 함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단도 이 부문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래서 2017년 키워드는 ‘명예회복’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가 더 절실하다. 힘은 과시했지만, 그 힘을 타구에 정확히 실어 보낼 수 있는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자신을 영입해 든든한 지원군이 됐던 테리 라이언 단장이 지난해 경질된 것도 하나의 불안요소다. 박병호의 자리를 위협할 만한 선수가 영입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케니스 바르가스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는 신경이 쓰인다. 남은 계약 기간을 고려해서도 올해는 반드시 주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강정호의 기량은 이미 검증이 됐다. 올해는 3루는 물론 본래 포지션인 유격수로도 일정 부분 활용이 예상된다.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최고의 시즌을 보낼 수 있다. 잘못은 잘못이고,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 됐다. 현지에서도 분위기는 싸늘하다. 이미지가 완벽히 회복되기는 어렵겠지만 스스로의 말대로 “야구를 잘해서” 만회하는 수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