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곤(삼성 외야수)하면 작은 거인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체격(174cm 81kg)은 작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김헌곤은 지난해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 1위에 등극하는 등 타율 3할7푼8리(254타수 96안타) 8홈런 65타점 63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입대 전보다 타격에 확실히 눈을 떴다.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면서 타석에서의 여유가 생겼고 상황별 대처 능력도 향상됐다.
좌익수 한 자리를 놓고 생존 경쟁이 뜨겁다. 후보군에 포함된 김헌곤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12월은 힐링 타임이다. 2월 1일 스프링 캠프를 시작으로 11월까지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과 마무리 캠프까지 소화하느라 편히 쉴 기간이 마땅치 않아서다. 개인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헌곤에겐 예외다. 오전에는 순발력 강화 위주의 체력 훈련을 한 뒤 오후에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기술 훈련을 소화한다. "내게 휴식은 사치와 같다. 일요일에도 기술 훈련은 거르지 않는다". 그에게 온전히 쉬는 날은 없었다.
김헌곤은 "예전에 비하면 나아진 것"이라며 "가끔씩 선배님들께 쉴 때 쉬어야 한다고 혼도 많이 났었다. 하지만 나는 해야 하는 운명이 아닌가 싶다. 1군 선수도 아니고 무조건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헌곤이 마무리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김헌곤이 구자욱과 같은 케이스가 됐으면 좋겠다". 김한수 감독이 김헌곤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에 김헌곤은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게 도리"라며 "입대 전 감독님께서 '퓨처스 타격 타이틀 획득할 수 있겠느냐'고 하셔서 '무조건 하겠다'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타이틀 획득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감독님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그 약속을 지키게 돼 다행이다"고 웃었다.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MVP로 선정된 김헌곤은 "감독님께서 더 잘 하라는 의미에서 말씀하신 것 같다. 부상없이 캠프를 소화한 건 만족스럽지만 아직 해야 할 게 너무나 많다"고 대답했다.
그에게 상무는 야구 인생의 전환점과 같다. 그동안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던 김헌곤은 박치왕 감독을 비롯한 상무 코칭스태프의 조언 속에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됐단다. 특히 삼성 시절 함께 뛰었던 이영수 타격 코치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과거 손목 부상 때 재활하면서 여러모로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당시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돌이켜 보니 말 한 마디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상무에서 선후배가 아닌 사제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됐는데 야구 외적인 부분까지 큰 도움을 받았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김헌곤이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 1위에 등극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1군 투수들의 구위, 변화구 구사 능력, 컨트롤 등 개인 능력치는 퓨처스 투수들과 비교가 안될 만큼 위력적이다. 하늘과 땅 차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헌곤은 "(1,2군 투수들의) 수준차는 인정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상대 투수가 누구든 내가 어느 만큼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1년 데뷔 후 최고의 기회를 얻게 된 김헌곤. 그는 '경쟁'이라는 표현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동료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누구든 의식하지 않고 나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하다. 물론 상대에 대해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내가 준비하고 생각했던 게 잘 이뤄진다면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주전 도약을 위한 김헌곤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그는 "수비 만큼은 정말 자신있다. 빠르게 잡고 던지는 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다만 공격이 관건이다. 나 스스로 공격이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김헌곤에게 가장 본받고 싶은 선수를 묻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승엽을 꼽았다. "흔히 착한 선수들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는데 이승엽 선배님은 예외다.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선배님이지만 항상 야구장에 일찍 나오셔서 훈련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내가 선배님의 위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엽 선배님을 보면서 많은 걸 배우고 느낀다".
김헌곤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정규 시즌 세 자릿수 경기에 출장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리고 팀이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이바지하는 게 작은 소망"이라며 "나를 아는 사람들이 봤을때 '2년간 준비 잘 했다'는 인식을 주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이 보시더라도 '저 선수는 참 열심히 한다', '저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긍정 에너지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