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L 특급 유망주' 플란트, 안양 한라 '금성철벽' 우뚝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1.10 06: 19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의 특급 유망주가 아시아리그 통합 우승을 노리는 안양 한라의 '금성철벽'으로 변신했다.
알렉스 플란트(28)가 절정의 경기력으로 통산 3번째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통합 챔피언(정규리그, 플레이오프 우승)’을 노리는 안양 한라의 쾌속 질주를 이끌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안양 한라는 2016-2017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리그 34경기를 치른 10일 현재 승점 87점으로 4경기를 더 치른 사할린(러시아, 승점 85점)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리그 역대 최다인 통산 다섯번째 정규리그 정상에 도전하는 안양 한라는 ‘왕좌 수성’의 가장 큰 고비로 여겨졌던 연초 일본 원정 6연전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7일 고리야마에서 열린 도호쿠 프리블레이즈와의 원정 경기를 5-1 완승으로 마무리한 한라는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도호쿠를 5-2로 제압하며 연승 행진을 8경기로 늘렸다.

올 시즌 안양 한라가 순항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안정된 공수 밸런스에 있다. 한라는 정규리그 35경기 동안 165골을 얻어 경기당 평균 득점이 4.71에 달하고 67골만을 허용, 경기당 평균 실점이 1.91에 불과하다.
안양 한라가 이 같이 안정된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게끔 한 일등공신이 대형 디펜스 플란트다. 196cm 104kg의 당당한 체구를 지난 플란트는 안양 한라 수비라인의 구심점이다. 우월한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강력한 보디 체킹을 구사하며 경기 흐름과 상대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 지능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다. 당초 수비지향적인 디펜스로 알려졌던 그는 올 시즌 들어 날카로운 득점 감각을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시즌 6골 18어시스트를 기록했던 플란트는 올 시즌 35경기에서 10골 9어시스트를 기록, 쟁쟁한 공격수들이 즐비한 한라에서 팀 내 득점 순위 5위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플란트의 기복 없는 플레이와 철저한 자기 관리다. 그는 지난해 한라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리그에 데뷔한 이래 팀이 치른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단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모두 소화했다. 한라가 올 시즌 초반 체코 출신의 베테랑 카렐 필라를 단기 임대할 정도로 디펜스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굳건히 1위를 지킬 수 있는 배경에는 플란트의 꾸준함과 성실함이 자리하고 있다.
플란트의 과거는 화려하다. 무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1라운드에 지명됐던 초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WHL(웨스턴 하키리그-캐나다 3대 메이저주니어 중 하나) 캘거리 히트맨에서 활약하던 2006년 캐나다 웨스턴 17세 이하 대표팀(캐나다 17세 대표팀은 지역별로 4개팀-웨스턴, 퍼시픽, 온타리오, 퀘벡-이 선발됨)에 선발됐고 2007년 WHL 플레이오프 13경기에서 5골 6어시스트를 올리는 등 공수에 걸친 맹활약으로 같은 해 6월 열린 NHL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에드먼턴 오일러스에 지명됐다.
플란트는 2009년 에드먼턴 오일러스의 하부 팀인 AHL의 스프링필드 팰컨스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2010년 2월, 에드먼턴의 부름을 받고 ‘꿈의 무대’인 NHL 빙판에 섰다. 캐롤라이나 허리케인스와의 데뷔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4경기 만에 다시 AHL로 보내졌다. 이듬해에도 AHL에 머물다가 3월 초에 ‘빅 리그’에 승격됐지만 역시 3경기 만에 AHL로 보내졌고 2011~12 시즌에도 NHL 출전은 3경기에 머물렀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AHL에서 보냈다.
붙박이 NHL 리거로 자리잡지 못하던 플란트는 2013년 해외로 눈을 돌렸고 EBEL(오스트리아 1부리그)과 GET 리갠(노르웨이 1부리그)을 거쳐 아시아리그에 입성했다. 플란트의 영입은 한라로서는 ‘횡재’와 다름 없다. ‘NHL 드래프트 1라운드 픽 출신’이 선수로서 절정의 나이인 20대 후반에 아시아리그를 선택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에도 플란트는 엑스트라리가(체코 1부리그), SHL(스웨덴 1부리그) 등 유럽 명문리그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한라 잔류를 택했다. 가족과 1년간 머물며 한국에 깊은 정이 들었고 한라 팀과 이른바 ‘궁합’이 잘 맞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란트는 이미 귀화한 팀 동료들에게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 한국에 대한 사랑이 깊은 이들이 플란트에 대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호흡은 문제 없다. 귀화 선수들 뿐만 아니라 국내선수들과도 허물없이 잘 지내고 있다. 간단한 한국어를 익히며 더욱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플란트의 올 시즌 목표는 2시즌 연속 챔피언 등극이다. 지난 시즌 사할린을 상대로 거둔 짜릿한 역전 우승의 희열을 다시 한번 느껴보겠다는 것이 플란트의 각오다. NHL 스타 플레이어를 꿈꾸던 WHL 시절을 포함, 플란트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샴페인 세례를 맞으며 챔피언의 환희를 맛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10bird@osen.co.kr
[사진] 안양 한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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