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너의 이름은', 운명적 사랑 꿈꾸는 어른을 위한 동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1.09 19: 57

일본 애니매이션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이 ‘마스터’ ‘사랑하기 때문에’ ‘판도라’ ‘여교사’ 등 같은 시기 개봉한 국내 대작들을 제치고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 비결은 아마도 운명적인 사랑을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
‘너의 이름은.’은 도시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의 영혼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마치 실사처럼 생동감 있게 그린다. 남녀의 영혼이 바뀌어 서로의 몸 안에 들어가고, 결국엔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는 그동안 많이 봐왔기에 식상하고 진부하지만 단순히 그것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만날 사람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서라도 만나게 되고, 기적적인 사랑을 이룬다는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9일 오전 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일별 박스오피스 집계에 따르면 ‘너의 이름은.’은 118만223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어제(8일) 하루 동안 관람한 관객이 33만2919명으로 같은 날 22만771명을 동원한 ‘마스터’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 같은 기록을 나타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은 물론 2016 일본 전체 박스오피스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일본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선 개봉 10일 만에 1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화로 약 991억원(1월3일 기준)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중국 사상 역대 일본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LA비평가 협회상에서는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미국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 20대 청년 중 절반이 훨씬 넘는 이들이 스스로를 ‘잉여’라 부른다고 한다. 그들은 왜 스스로를 청춘이 아닌 잉여라고 부르는 걸까. 우리 사회가 젊은 청년들이 가정을 꾸리는 것도, 그 안에서 희망을 갖는 것도 점점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이제 막 그 길에 나서려고 하는 젊은이들은 암울한 상황에 절망하고 포기한다. 이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연애와 결혼을 미루고, 나중에는 판타지라고 생각하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로망을 가진다. 사회적 문제의 대두로 20대 청춘도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에서 말하는 사랑은 아름답다. 달달한 감정과 과거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든다. 서로 만날 것 같지 않던 남과 여가 얽히고설켜 끌림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보는 이들마저 사랑하고 싶고, 볼수록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서로의 이름을 간절하게 물어보는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운명과 인연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아름답게 펼쳐진다. ‘너의 이름은’을 보고 나면 왠지 인생의 봄날이 찾아오고 어디서든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이로 인해 20~49세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만화를 좋아하지 않던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너의 이름은’은 사랑이 있다면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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