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먼 또 고배? HOF, 불펜투수는 불리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09 13: 43

트레버 호프먼(50)은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무리 투수로 손꼽힌다. 통산 1035경기에서 무려 601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는 마리아노 리베라(652세이브)에 이어 MLB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MLB 역사에서 600세이브는커녕 500세이브 고지를 넘어선 선수도 이 둘밖에 없다. 명예의 전당(이하 HOF)행이 유력해 보이는 이유다. ‘600세이브’라는 상징적인 업적 덕에 첫 투표 자격을 얻은 지난해 입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첫 해에는 67.3%의 득표율로 기준 자격인 75%를 넘기지 못했다.
올해도 또 고배를 마실 분위기다. HOF 투표권을 가진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기자들의 투표 결과가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호프먼의 득표율은 7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보통 최종 결과는 사전 집계보다 5~10% 정도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 투표 결과가 전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고려하면 호프먼은 지난해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호프먼이 이처럼 투표에서 고전하는 것은 경력의 거의 대부분을 샌디에이고에서 보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호프먼이 마리아노 리베라처럼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다면 무조건 75%는 넘겼을 것”이라고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현지 컬럼니스트들도 있다. 물론 자격 유지 기간인 10년 안에는 무조건 입성하겠지만 예상보다 득표율이 떨어진다는 점은 언론도 인정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600세이브’라는 상징적 업적까지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표에서 고전한다면 후배 클로저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호프먼 만큼의 누적 기록을 쌓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MLB 역대 세이브 3위 기록(478세이브)을 가지고 있는 리 스미스는 10년차 득표율이 50.6%에 머문 가운데 HOF 입성에 실패했다.
선발투수에 비해 불펜투수의 가치를 잘 쳐주지 않는 전통적인 분위기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다만 선발투수들도 야수들과 비교하면 찬밥 신세를 받은 적이 적지 않다. 통산 211승을 거둔 케빈 브라운은 첫 해(2011년) 2.1%의 득표율로 곧바로 명단에서 지워졌다. 194승 투수인 데이빗 콘은 3.9%(2009년), 통산 240승 투수인 프랭크 타나나는 1999년 단 1표도 얻지 못하는 충격을 안겼다.
물론 이들이 무조건 HOF에 갈 만한 당위성을 가진 투수들은 아니었다. 최근 투표에서도 ‘갈 만한’ 선수들은 모두 HOF에 갔다. 큰 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당분간 다시 투수들이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호프먼을 비롯, 커트 실링, 로저 클레멘스, 마이크 무시나 등은 올해 입성이 물 건너 갔다. 득표율을 고려하면 내년이나 내후년도 불투명하다. 2019년 마리아노 리베라가 등장할 때까지 투수 입성자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쩌면 호프먼과 리베라 이후 불펜투수의 HOF 등정은 꽤 긴 침묵을 지킬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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