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오’ 정의윤, "FA? 팀 성적이 더 중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09 15: 00

정의윤(31·SK)은 지난해 경력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44경기를 모두 뛰어 타율 3할1푼1리, 179안타, 27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생애 최다 안타·홈런·타점이었다.
특히 전반기 성적은 빼어났다. 85경기에서 타율 3할3푼, 17홈런, 69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4번 타자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정의윤이 대폭발한 시기에는 팀 성적도 좋았다. 5월 초까지는 줄곧 상위권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다른 야수들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부진할 때 정의윤이 홀로 팀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개인 경력에서도 잊을 수 없는 시기였다.
그러나 2016년을 돌아보는 정의윤의 목소리에는 아쉬움만 가득하다. ‘긍정’의 어조를 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후반기 성적 때문이다. 체력 문제, 그리고 잔부상에 고전한 정의윤은 후반기 성적이 2할8푼3리, 10홈런, 31타점으로 뚝 떨어졌다. 9월 이후 타율은 2할2푼8리에 불과했다. 전반기에 너무 잘해서 그런지 후반기 부진이 도드라졌다. 정의윤은 “한 시즌 동안 꾸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시즌이 시작될 때 정의윤의 목표는 “올해는 144경기 출장을 해보겠다”였다. 많은 경기에 나가면 그 자체로 좋은 성적이 따라온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욕심이었다고 인정한다. 정의윤은 “지금 생각해보면 내 개인적인 욕심이었다. 팀에 민폐만 끼쳤다. 내가 중심에서 그렇게 하는데 팀이 잘 될 수가 없었다. 김용희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셨는데 너무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후반기 추락한 팀 성적이 모두 ‘내 탓이오’라고 말하는 정의윤이다.
그런 정의윤은 2017년을 보며 더 이를 악물고 있다. 오프시즌 중 정의윤은 1년 내내 좋지 않았던 허리와 발목의 치료에 중점을 뒀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경기가 계속되는 시즌 중에는 확실한 차도가 있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다행히 지금은 거의 회복이 됐다. 정의윤은 “아픈 곳은 없다”며 2017년 본격 준비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정의윤은 10일 동기인 최정과 함께 따뜻한 괌으로 떠나 2주 정도 체류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팀 성적에 대한 중요성과 책임감도 같이 느낀 한 해였다. 정의윤은 “역시 팀 성적이 중요하더라. 선수들의 연봉도 연봉이지만, 팀 성적이 안 나면 팀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달았다”라면서 “나를 포함한 우리 선수들이 못한 부분이니 어쩔 수 없다.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처럼 정의윤의 모든 신경은 2017년 팀 성적에 쏠려 있다. 시즌이 끝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지만 정의윤은 “아직 잘 모르겠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8일까지 끝나지 않은 2017년도 연봉 협상도 “구단에서 알아서 잘 해주시리라 믿는다”며 10일 떠날 짐을 꾸리고 있다. 정의윤은 자신 때문에 고생 중인 아내, 그리고 지난해 태어난 딸을 보면서 각오를 다잡는다. 정의윤이 지난해 아쉬움을 털고 진짜 ‘4번 타자’로 자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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