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만-사도스키 선택, 저비용 고효율 잡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09 13: 00

SK와 롯데는 2017년 외국인 선수 인선에서 여러 가지로 닮은꼴이다. 공식 확정의 시차만 있었을 뿐, 전체적인 구성과 분위기가 흡사하다.
지난 2년간 좋은 활약을 펼쳤던 외국인 투수 하나와는 재계약을 했다(메릴 켈리·브룩스 레일리).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수준의 외국인 투수를 새로 영입했다(스캇 다이아몬드·파커 마켈). 또한 외국인 타자 남은 한 자리를 유틸리티 내야수로 뽑았다(대니 워스·앤디 번즈). 여기에 외국인 선수 투자 금액이 비교적 많지 않았다. SK는 세 명의 선수에 215만 달러, 롯데는 202만5000달러를 썼다.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KBO 리그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웬만한 수준의 외국인 선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게 잘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MLB 경력이 있다고 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흐름이다. 때문에 두 팀도 이번 영입 시장에 뛰어들 때는 비교적 눈높이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급이 꽉 막힌 상황에서 차선을 선택했다는 점도 흡사하다. 두 팀 모두 수준급 외국인 투수 영입에 나섰으나 결국 다이아몬드와 레일리로 한 발 후퇴했다.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선발 과정에서 ‘외국인’이 어느 정도 관여했다는 점이다. SK는 트레이 힐만 감독이 워스와 다이아몬드의 인선 과정에 직접 참가했다. 구단이 후보 리스트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힐만 감독의 최종 OK 사인이 떨어졌다. 롯데도 구단에서 일하고 있는 라이언 사도스키의 판단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투수들이 그랬다. 사도스키는 투수 선발에 있어 지금껏 괜찮은 성과를 냈던 인물이다.
물론 이들이 구단의 영입 리스트를 모두 좌우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예산이 있고, MLB라는 변수가 있다. 영향력의 한계는 있다. 다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때 두 팀은 비교적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쪽에 가깝다. 때문에 이번 선발에 영향을 미친 두 인물의 눈썰미가 그만큼 중요하다. 가뜩이나 외국인 몸값도 치솟는 상황에서 성공한다면 타 팀의 부러움을 살 수 있다.
아직 뚜껑을 열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켈리와 레일리는 이미 리그에서 검증이 된 투수들이다. 켈리는 지난해 200이닝을 넘게 던진 최고 투수 중 하나였다. 우타자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레일리 또한 2년간 꾸준히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워스와 번즈는 기본적으로 견고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활용성이 있다. 공격은 지켜봐야 알겠지만 수비만 안정적으로 해준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공격 선봉장에 나설 다른 자원들은 제법 있는 팀이 SK와 롯데다.
어쩌면 키는 다이아몬드와 마켈이 쥐고 있을지 모른다. 다이아몬드는 MLB 통산 19승을 거둔 투수다. 그러나 2012년 12승을 거둔 후 경력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적료까지 지불하고 데려온 마켈은 MLB 경력이 없으나 잠재력을 인정받는 투수. 2년 전 켈리가 그랬던 것처럼, 마켈도 KBO 리그에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좀 더 큰 무대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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