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정상 복귀를 노리고 있는 일본 대표팀이 결선 라운드에서 최정예 마운드를 총동원할 수 있을까. 일단은 WBC 규정 변경으로 그 가능성이 열렸다. 일본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MLB.com 등 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WBC 사무국은 최근 투수에 한해 10명의 예비 엔트리를 따로 둘 수 있는 규정 개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전 치러지는 대회라 투수들의 부담이 큰 것을 고려한 개정이다. 라운드마다 예비 엔트리 내에서 투수 2명을 교체할 수 있다.
메이저리거들이 많은 미국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본도 나쁘지 않다. MLB에서 활약하는 에이스급 투수들의 결선 라운드 합류가 상대적으로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마에다 겐타(LA 다저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와 같은 메이저리거 선발투수들이 아직 대회 출전에 대해 유보적인 생각을 밝히고 있다. 뛰고는 싶지만 소속팀의 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다.
선수의 연봉을 지급하는 구단으로서는 WBC가 썩 유쾌하지 않다. 시즌 전 열려 선수의 몸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다, 스프링캠프 일정도 건너 뛰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선 라운드만 출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WBC 결선 라운드(준결승·결승)는 시즌 개막 직전에 열리고, 여기에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개최된다. 상대적으로 미국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덜하다.
도쿄에서 1·2라운드를 치르는 일본은 결선 라운드 진출이 유력한 팀이다. 한국, 쿠바, 네덜란드 등 다른 팀들의 전력도 만만치 않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가장 우세하고 홈 그라운드의 이점까지 업는다. 만약 결선 라운드에 나간다면 현재 일본 최고 투수라고 할 만한 다나카, 다저스 소속인 마에다가 추가로 엔트리에 승선해 준결승과 결승을 책임질 수 있다. 2라운드까지 에이스 몫을 해야 할 오타니 쇼헤이(니혼햄)까지 막강 스리펀치의 동원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고쿠보 히로키 대표팀 감독의 생각은 신중하다. 기존 선수들의 사기를 우려하고 있다. 2라운드까지 열심히 해 팀을 결선 라운드에 올려놓은 투수 중 2명을 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 중 몸 상태에 변수가 있는 선수들이 생길 수도 있고, 대표팀의 정상 복귀라는 대의명분도 있다. 일본이 이 함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리고 다나카와 마에다가 정상적으로 참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