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시즌의 레일리는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1.09 06: 18

브룩스 레일리(29)가 롯데 자이언츠와 3년 째 함께한다. 하지만 3년 째의 역할은 사뭇 다르다. 레일리는 이제 에이스가 되어야 한다.
롯데는 지난 8일 외국인 선수 브룩스 레일리와 총액 85만 달러에 재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레일리는 롯데와 3시즌 째 함께하게 됐다.
롯데는 레일리를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켰지만, 좌완 투수를 중심으로 레일리를 대신할 에이스 투수감을 물색했다. 하지만 최종 계약조건을 제시하고 기다렸던 해당 선수는 롯데행을 고사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와 영입 작업을 하기엔 시간 자체가 촉박했다. 결국 롯데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레일리를 다시 선택했다. 외국인 투수 시장 자체가 기근이고, 특히 좌완 투수에 국한될 경우 더욱 매물이 줄어드는 미국의 상황도 고려된 선택이었다. 또, 좌완 후보들이 '모 아니면 도'스타일로 선택에 부담이 있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이제 레일리에게 롯데가 바라는 바는 하나다. 바로 에이스가 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지난 2시즌 동안 레일리는 롯데의 에이스는 아니었다. 조쉬 린드블럼이라는 에이스감이 있었기에 레일리가 가지는 부담은 덜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레일리는 이제 롯데 선발진의 1선발이자,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
레일리가 그렇다고 한국에서 터무니 없는 커리어를 보낸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해 31경기 184⅔이닝 동안 8승10패 평균자책점 4.34를 남겼다. 2015시즌에는 31경기 179⅓이닝 11승9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특급 외국인 선수의 성적은 아니었지만 꾸준했고, 선발 로테이션을 흔들림 없이 지켜줬다. 승운도 따르지 않은 편이었다. 기록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레일리의 득점 지원은 리그 하위권이었다. 지난 2015년 경기 당 5.13점을 지원 받았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0명 가운데 17위였다. 2016년 역시 5.49점을 지원 받아 역시 17명의 선수 가운데 1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모름지기 에이스라면 이러한 타선과의 불협화음도 이겨내 팀을 승리로 이끄는 힘을 갖춰야 한다. 가혹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에이스의 숙명이다. 이제 레일리는 에이스의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롯데 선발진은 여전히 물음표다. 외국인 선수 2명은 확실한 가운데 3선발부터가 물음표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박세웅을 비롯해, 박진형, 박시영, 김원중 등의 영건 후보군, 그리고 송승준, 노경은 등의 베테랑 투수들까지. 선발진 3자리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좋은 표현으로는 경쟁의 장이 되지만, 다르게 보면 그만큼 롯데 선발진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이스를 맡아야 하는 레일리에게 더욱 가혹한 조건이다. 레일리마저 흔들린다면 롯데 선발진은 올해 역시 방황할 가능성이 높다.
선발진이 방황하지 않기 위해선 레일리가 중심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 레일리의 강점은 이닝 소화력.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매 경기 6이닝은 꾸준히 던질 수 있다. 실점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마운드에서 길게 버틸 수 있다는 것은 팀의 하위 선발진, 그리고 불펜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레일리는 분명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다. 승운과는 별개로 지난해 레일리의 전반기와 후반기는 다른 선수였다. 전반기 18경기 6승5패 평균자책점 3.50 피안타율 2할6푼8리의 성적이 후반기에는 13경기 2승5패 평균자책점 5.74 피안타율 3할1푼3리가 됐다. 전반기는 에이스였고, 후반기는 평균 이하의 투수였다. 내년부터 레일리에게 이런 불균형은 용납되지 않는다. 한 시즌을 꾸준하게 버텨낼 수 있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또한, 우타자 상대 약세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도 관건. 2015년에는 우타자를 상대로 장타를 많이 허용했지만(피홈런 20개 중 우타 상대 17개), 좌타 상대 피안타율 2할7푼2리, 우타자 상대 2할6푼4리로 오히려 우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이 낮았다.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 차이도 좌타 상대 7할7푼1리, 우타 상대 6할7푼9리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2016년의 레일리는 우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3할1푼2리, 피OPS 8할8푼7리에 달했다(좌타 상대 피안타율 2할3푼4리 피OPS 5할6푼4리). 피홈런 역시 24개 중 우타자 상대가 20개였다. 상대 팀들이 레일리를 상대로는 우타 일색의 라인업을 구성하면서 대응책을 찾아낸 모습이었다. 체인지업을 던질 수는 있지만 구사 비율이 낮고, 커브와 슬라이더, 커터를 주 무기로 활용하는 레일리에겐 치명적이었다. 결국 레일리는 체인지업 완성도를 높여 구사 비율을 끌어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우타자 상대 약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레일리는 분명 좋은 투수다. 인성도 훌륭하고, 타자들의 기세가 등등한 KBO리그에서 2년이나 수준급의 성적을 냈다. 검증된 자원이다. 하지만 약점 역시 뚜렷하게 드러난 상황. 희망적인 것은 레일리가 지난 2년 동안 지적됐던 단점을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쿠세'였다. 첫 시즌에 투구 습관인 '쿠세'가 노출되면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두 번째 시즌에는 노출된 쿠세를 역으로 활용해 타자들을 혼란에 빠지게끔 만들었다. 과연 레일리는 KBO리그에서 3번째 시즌, 보여준 단점들을 개선시켜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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