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단이 중요하다. 무엇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해야 해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단을 잘한다고 해서 해결까지 잘하는 것은 아니다. 진단과 해결은 별개다.
지난 2일 마감한 제11대 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 신문선 전 성남 FC 대표이사가 단독 입후보했다. 프로축구연맹 총재 입후보에 신문선 전 대표만 후보 등록을 함에 따라 오는 16일 대의원 23명의 찬반 투표로 총재 당선 여부를 결정한다. 신문선 전 대표가 총재가 되기 위해서는 대의원 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신문선 전 대표는 총재 당선을 위해 ▲상·벌 규정 즉각 수정 강화 ▲구단 재정건정성 확보를 위한 단계적 제도 마련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수익분배 정책 실현 ▲축구인 출신 전문경영인의 시각에서 한국프로축구의 마케팅 극대화 전략 마련 ▲중계권 가치 상승 및 판매 확대 ▲총재에게 부담시키던 관행 타파 등의 공약(公約)을 꺼냈다.
하지만 신문선 전 대표의 공약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그가 지적한 프로축구가 당면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지만, 해결 능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신문선 전 대표가 꺼내든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이다.
이런 반응의 이유는 신문선 전 대표가 성남 재직 시절 보여준 행정 능력 때문이다. 당시 신문선 전 대표는 지자치단체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후원을 받겠다며 지금과 같이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해 성남은 유니폼 메인 스폰서도 구하지 못했다. 또한 용품 후원사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해 미디어데이 때에도 선수들이 제대로 된 유니폼을 입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문선 전 대표는 일본 J리그의 대표적인 흑자 구단 방포레 고후를 예로 들며 지역 기업의 동참을 유도할 것을 강조하며, 성남의 대표 기업 네이버를 방문해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신문선 전 대표는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성남은 신문선 전 대표가 물러난 이후에 네이버와 협약을 맺는 등 지역 기업들과 소통이 활발해졌다.
가장 의견이 분분한 건 타이틀 스폰서다. 신문선 전 대표는 프로축구연맹 총재의 주역할로 알려진 타이틀 스폰서 35억 원 마련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기업 구단주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스폰서 걱정을 덜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문선 전 대표는 자신이 강조한 바를 이루기 위해 직접 움직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문선 전 대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타이틀 스폰서에 대한 신문선 전 대표의 주장을 향한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단의 메인 스폰서도 구하지 못한 신문선 전 대표가 규모가 더 큰 프로축구연맹의 타이틀 스폰서는 어떻게 구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남기 때문이다.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면 프로축구연맹은 다른 곳에서 같은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신문선 전 대표는 차입금까지 거론하고 있다. 사정이 좋아지면 차입금을 갚으면 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그렇다면 '사정이 좋아지지 않는다면'이라는 가정도 할 수 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차입금을 넘어 그동안 프로축구연맹이 모아온 축구발전기금까지 유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신문선 전 대표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소신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신문선 전 대표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축구연맹 총재에게 요구되는 것은 뛰어난 언변과 이미지가 아니다. 내실 있는 행정 능력이 더 중요하다. 신문선 전 대표는 축구계 산업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잘 아는 것과 해결하는 것은 다르다라는 점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위] 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신문선 명지대 교수 / 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진 아래] 2014년 미디어데이에서 선보인 성남 유니폼. 후원업체를 유치하지 못해 유니폼 광고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