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과 가능성' 번즈 택한 롯데의 모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1.09 06: 18

제 3자가 보기엔 분명 모험수다. 그러나 이 수를 선택한 당사자는 자신을 한다. 롯데 자이언츠가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선택한 앤디 번즈(27)의 얘기다. 
롯데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 외국인 타자로 내야수 앤디 번즈를 총액 65만 달러(사이닝 보너스 5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그동안 내야수를 볼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물색했는데, 레이더망에 들어온 선수가 바로 번즈다. 롯데는 "185cm 95kg의 체격을 갖추고 있다. 2루가 주 포지션이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정도로 뛰어난 수비와 송구 능력을 갖췄으며 주루 능력과 변화구 대처 능력도 우수하다"고 소개했다.

번즈의 마이너 성적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2011년 드래프트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11라운드 전체 349순위로 지명됐다. 마이너리그 성적은 통산 6시즌 동안 610경기 타율 2할6푼4리 55홈런 28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7할4푼2리. 트리플A에서 보낸 최근 2시즌은 237경기 타율 2할6푼3리 12홈런 83타점 OPS 6할8푼3리다. 트리플A에서 wRC+(조정 득점 생산력)은 2015년 112, 2016년 81로 평균 이상과 평균 이하의 성적을 한 번씩 찍었다(wRC+는 100이 평균). 최근 KBO리그에 진출한 선수 치고는 메이저리그 경력도 전무하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가 돼서야 데뷔 무대를 가졌다. 타격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선수라고 보기엔 의아함이 가시지 않는다. 
그러나 롯데의 한 관계자는 번즈의 잠재력과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무대에 대한 동기부여를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스카우트 팀이 번즈에 대한 잠재력을 확인했다"면서 "마이너리그에서 타격적 평가는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잠재력이 터지지 않은 케이스"라고 전했다. 기록으로 드러난 성적과는 달리, 변화구 대처 능력도 괜찮고 KBO리그에서는 분명 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구단은 확인했다는 의미다. 또한, "몇 년 더 미국에 있었으면 메이저리그 백업과 트리플A를 왔다갔다 할 수 있을 선수다. 좀 더 빠른 시기에 한국 무대를 밟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아직 20대 후반의 나이. 빠른 시기에 해외 무대로의 도전을 택한만큼 그에 따른 동기부여도 남다를 것이라는 구단의 판단이다. 여기에 마이너리그에서 최근 3년 간 25개 이상의 2루타는 때려내며 중장거리포를 보여줬다는 점은, 한국에서는 또 다른 파워 레벨과 생산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예측도 깔려 있다. 
공격적으로는 아직 변수가 있지만, 번즈의 수비력에는 확신이 있다. 번즈는 마이너리그 통산 3루수로 가장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했다(313경기 2715⅓이닝), 뒤를 잇는 포지션이 2루수다(121경기 987⅓이닝). 유격수로도 115경기 949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롯데의 내야 포지션 가운데 수비적으로 가장 문제가 됐던 2루 자리에서는 통산 실책이 3개에 불과하다. 2루수로 나설 전망이다. 만약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이 팀을 떠났을 경우에는 번즈가 3루수를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더 나아가 롯데가 내야 전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번즈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내야진 경쟁력을 강화다. 3루 황재균을 제외하면 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춘 내야진이 전무한 구단 실정이다. 정훈, 신본기, 김대륙, 오승택, 문규현 등 공수를 겸비한 이들은 없다. 그나마 내야진에서 월등한 존재감을 가진 황재균마저 잔류 여부가 아직 미궁이다. 결국 번즈의 등장은 기존 내야진의 긴장감을 고취시키고, 기존 선수들의 발전을 촉구하는 촉매제다. 
번즈는 최근 한국 무대를 밟는 외국인 선수치고는 경력이 다소 빈약하다. 롯데는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 있는 외국인 선수를 통해 팀 전력 강화를 꾀하는 흐름을 거스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대감이 낮아지는 것이 사실이고, 분명 모험수다. 만약, 번즈의 성적이 당초의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을 경우엔 이 수가 롯데의 뛰어난 '혜안'이라고 칭송받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이 선택에 따른 후폭풍도 감내를 해야 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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