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한파 맞은 베테랑, 가중되는 취직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08 10: 00

한때 리그를 주름잡았던 베테랑 선수들의 추운 겨울이 현실화되고 있다. 각 구단이 너도나도 ‘육성’ 쪽으로 방향을 틀어잡은 가운데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어쩌면 현역 경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선수도 더러 있다.
올해 오프시즌의 특징 중 하나는 베테랑 선수들의 취직난이다. 기본적으로 지난 시즌 뒤 보류선수명단 제외가 많았고 은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제 각 구단의 전지훈련 시작이 20일 정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직도 새 팀을 찾지 못한 선수도 흔하다. 보류선수명단 제외 선수 중 새 팀을 찾은 선수는 최경철(삼성), 김승회(두산) 정도다. 다른 선수들의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보류선수명단 제외 선수 중 거취에 관심이 몰렸던 김병현 고영민 등은 아직 새 구단과의 계약 소식이 없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최근 보여준 성과나 몸 상태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예전 같았으면 해당 포지션이 취약한 팀들이 성과나 이름값을 믿고 영입했을 법한 선수들이지만 최근 한파 속에 시장이 닫혔다.

은퇴로 이어진 선수들도 있다. LG의 대표적 프랜차이즈인 이병규, 두산의 베테랑 타자인 홍성흔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나란히 은퇴를 선언했다. 두 선수 모두 현역 연장에 내심 욕심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장 상황 속에 차라리 명예로운 은퇴가 낫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호(SK), 정현욱(LG), 이정식 김태완(이상 삼성), 이정훈(넥센)도 은퇴를 결정했다.
구단들의 육성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이들은 활용하기 나름에 따라 즉시전력감이 될 수도 있는 선수들이지만 이미 기량이 쇠퇴 단계에 접어들었다. 구단으로서는 그 자리에 차라리 젊은 선수들을 넣어 미래를 내다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가면 갈수록 정리하기가 어렵다”는 인식도 강하다.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구단들이 전체 선수단 규모를 줄이고 있는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대박’의 기회인 FA 시장에서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직도 정성훈 이진영 조영훈은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구단들의 냉담한 반응만 확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생애 첫 FA 자격 행사를 한 용덕한은 결국 은퇴 후 구단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그나마 봉중근(2년 총액 15억 원)이 계약을 마무리한 정도다.
후배들의 불안감도 읽힌다. 한 구단 30대 중반 선수는 “선배들의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라고 푸념할 정도다. “선수 생활을 오래하고 싶으면 30대 중반 이후 FA는 피해야 한다”는 인식까지 퍼진다. 구단들의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앞으로도 극소수를 제외한 30대 중·후반 선수들의 찬 겨울은 계속될 공산도 커 보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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