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 vs 양의지, 최고 경쟁 본격 돌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08 06: 22

강민호(32·롯데)와 양의지(30·두산)는 리그 최고 포수 구도를 양분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2008년 이후 국가대표팀 마스크도 두 선수가 나눠 썼다. 두 선수의 ‘양자 구도’를 깨뜨릴 선수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입지가 견고하다.
골든글러브 수상만 봐도 두 선수의 치열한 경쟁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첫 수상한 강민호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따내며 전성기를 열었다. 그런 강민호의 광폭 행보를 저지한 선수가 양의지다. 양의지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역시 3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강민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역대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에서 3년 연속 수상 경험은 두 선수와 이만수 김동수까지 네 명뿐이다.
어느덧 두 선수는 30대 초반이 됐다. 포수로서 가치가 물이 오를 시기다. 20대 초·중반부터 팀의 주전 포수로 등극한 드문 경우인 강민호는 1군 통산 1365경기에 나섰다. 강민호보다 2년 후배이자 좀 더 늦게 출발한 양의지도 822경기라는 적지 않은 경험이 쌓였다. 전문가들은 “두 선수의 위치가 공고해지면서 가치도 크게 뛸 것이다. 이만한 포수를 키워내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고를 향한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포수 출신의 감독 및 배터리코치 4명에게 두 선수의 경쟁 구도를 물었다. 대부분 “엇비슷해 누가 확실히 낫다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반적으로 공격은 일발장타력이 더 뛰어난 강민호의 손을 들어줬지만 “홈런에서 밀릴 뿐 양의지의 공격력이 만만치 않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반대로 수비에서는 “양의지가 강민호를 추월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이 많았으나 “경험과 팀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소수의견 역시 있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가 힘든 구조다.
강민호는 통산 196개의 홈런을 쳤다. 포수로서는 박경완(314개), 이만수(252개), 홍성흔(208개), 김동수(202개)에 이어 역대 5위에 해당한다. 앞으로 더 뛸 날이 많아 박경완의 기록을 깰 수 있는 유력한 후보자로 뽑힌다. 부상으로 다소 힘겨웠던 2009년과 2014년을 제외하면, 포수 마스크를 쓰고도 리그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공격력을 뽐냈다. 특히 2015년의 wRC+(조정득점생산력)은 포수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수치였다.
한 포수 출신 A 감독은 “양의지의 공격력도 최근 2년간은 좋았다. 잠실의 한계를 고려하면 이도 매우 뛰어난 성적이다. 강민호보다 더 영리한 선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타석에서의 압박감은 강민호가 더 세다. 강민호가 더 꾸준히 공격에서 기여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라면서 “양의지의 공격은 앞으로 2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성적이 이어져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양의지가 이 부문에서 얼마나 추격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포수의 덕목인 수비력에서는 양의지의 성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정상급 경력을 가진 B 배터리코치는 “현 시점만 놓고 보면 양의지가 낫다. 두 선수 모두 블로킹에서는 좀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수비에서는 강민호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단언하면서 “리드는 확실히 양의지가 더 낫다. 강민호에 비해 공 2개 정도가 더 넓은 리드를 한다. 수싸움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C 배터리코치는 “양의지의 수비력이 최근 들어 강민호를 넘어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팀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투수력이 강한 두산,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롯데의 차이가 두 선수의 차이를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양의지로서는 팀 복이 있는 셈”이라고 신중한 의견을 냈다. ‘판타스틱4’와 함께 하는 양의지가 상대적으로 강민호보다는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시 못할 차이다.
이처럼 이제는 오차범위 내의 대등한 수준이 된 두 선수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도 있다. 관건은 몸 상태다. D 배터리코치는 “굳이 누구 하나를 선택하라면 사령탑, 그리고 투수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준이다.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라면서 “포수는 30대가 되면 온몸에 부상이 찾아온다. 두 선수도 최근 부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누가 부상관리를 잘하면서 더 오래 포수로 뛸 수 있느냐가 20년 뒤 두 선수를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강민호는 포수 수비 이닝이 2014년 691⅓이닝, 2016년 763⅓이닝으로 많지는 않은 편이었다. 2015년에도 859⅓이닝이었다. 2011년(998⅓이닝), 2012년(887이닝)에 이어 소화이닝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부상이 있었고, 관리 때문에 지명타자로 뛴 적도 적지 않은 탓이었다. 올해도 무릎 부상 때문에 시즌 초반 마스크를 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오랜 기간 롯데 포수진을 거의 홀로 지켰던 후유증이 나타난다는 우려도 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꾸준히 88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내구성을 자랑한 양의지도 최근 들어서는 수비이닝의 기복이 심해졌다. 2014년은 679⅔이닝에 그쳤다. 2015년 개인 처음으로 1000이닝(1003⅔이닝)을 넘기기도 했으나 지난해는 다시 740이닝으로 떨어졌다. 코칭스태프에서 관리를 해주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잔부상이 많았다. 두 선수 모두 20대와는 달라진 몸 상태를 실감할 법하다. 토끼같은 거북이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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