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출신 한화 신인 투수 김진영
"야구 갈증 풀게 해준 한화에 보답"
"김진영이 재미있을 것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가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할 때부터 신인 투수 김진영(25)을 주목하고 있다. 김 감독은 "김진영이 재미있을 것이다. 1군 중간 투수 후보다. 얼마나 성장할지 보고 싶다. 작년 가을 캠프 때 폼과 밸런스를 이어간다면 괜찮을 것이다. 앞으로 볼 개수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며 즉시전력으로 활용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7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우완 투수 김진영은 보통 신인이 아니다. 덕수고 3학년 때 청운의 꿈을 안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왔다. 팔꿈치 수술과 재활, 그리고 군복무까지 4년이란 공백기를 겪으며 야구의 소중함을 느꼈다. 신인이지만 진중함으로 꽉 찬 그에게 2017년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아직 KBO리그에 데뷔하진 않았지만 연습만으로도 그는 '신세계'를 느꼈다고 한다. 자신을 선택해준 한화에 진심 어린 충성을 맹세한 김진영은 "한화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며 먼저 앞서가있는 1992년생 동기들을 따라잡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다음은 김진영과 일문일답이다.
- 데뷔 첫 시즌이 될 2017년이 밝았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 12월까지 서산에서 신인 선수들이 체력 위주로 훈련을 했고, 요즘은 서울 양재역에 위치한 트레이닝센터에서 개인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오전에는 이곳에서 훈련한 뒤 오후에는 정윤진 감독님 도움으로 모교 덕수고에서 롱토스를 진행하고 있다.
- 지난해 11월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호평을 받았다.
▶ 많은 관심을 받아 감사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김성근 감독님께서 한 번이라도 더 불러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며 조언해주신 것이 컸다. 김진영이란 선수가 감독님께 기억된 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이다. 연습경기를 할 때는 (공백기에도) 어색함이 크게 없었다. 타자를 상대로 두려움없이 내 공을 던졌다는 것이 의미 있었다. 한화 선배님들과 함께한 것도 즐거웠다.
- 기술적으로 어떤 변화와 소득이 있었나.
▶ 투수로서 가장 기본이 제구력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캠프에서 김성근 감독님이 주문하신 메커닉으로 던졌는데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몇몇 분들은 제가 감독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런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는데 그건 아니다. 한화 입단 전 혼자 운동할 때 3년간 나 스스로도 투구 밸런스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마침 김성근 감독님께서 정확하게 짚어주셨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 그 변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무엇인가.
▶ 지금까지 저를 기억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김진영이란 투수는 팔 타점이 높은 투수가 아니었다. 정통파는 맞지만 스리쿼터로 팔이 나왔다. 마무리캠프 한 달 만에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개념과 상식이 깨졌다. 스리쿼터로 던질 때 팔 근육통이 잦았는데 몸이 딱딱해서 그렇다는 것을 느꼇다. 오히려 팔 각도를 올리니 팔에 부담이 줄어들었다. 공을 던지는데 있어 편해졌고, 릴리스포인트에서 파워가 생겼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신세계였다. 선수가 혼자 팔 위치를 건드리는 건 예민해서 쉽지 않다. 한화에 온 덕에 맨투맨으로 배워 바꿀 수 있었다.
- 해외파 출신이란 점에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 다시 야구를 하기 위해 기다린 시간이 3년을 넘어 거의 4년이었다. 기다려온 만큼 간절해다. 팀에 들어와서 야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 부담은 전혀 없고, 감사함이 크다. 구단과 팬들께서 기대하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실력으로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 김성근 감독은 즉시 전력으로 활용하길 기대하고 있다.
▶ 경쟁에서 이겨야 기회가 부여될 것이다. 우리 팀에는 베테랑 투수 선배들이 많다. 뒤에서 보면 내가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럴수록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실력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배님이 한 분 계시는데 '팀 내 경쟁 선수를 이기려 할 것이 아니라 눈 앞에 타자를 한 명씩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지금 제 위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주시는 기회를 잡는 게 먼저다.
- 스스로도 자신을 향한 주위 기대가 느껴지는가.
▶ 미국에 있을 때 몰랐던 부분이 바로 팬이란 존재다. 그 이전까지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고, 내가 야구를 잘하면 따라오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한화 입단 후 정말 많은 팬 분들이 이름을 기억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 아직 데뷔하기도 전인데 과분할 정도다. 내 자신의 커리어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팬들과 함께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야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 신인 선수라면 누구나 신인왕을 꿈꿀 텐데 어떤가.
▶ 난 대부분 선수들처럼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거쳐서 프로에 온 케이스가 아니다. 말 한마디에 책임감이 따르는 나이인 만큼 당장 신인왕에 도전하겠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그보다 다른 목표를 두고 있는 게 있긴 하다.
- 다른 목표를 이야기하자면 무엇인가.
▶ 한화 이글스에서 기회를 준 만큼 보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화가 선택해주신 것에 감사함을 항상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분들께 어떻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지금 1992년생 선수들이 우리나라에서 비중 있는 위치에 있다. 나 역시 한화의 1992년생 선수로서 다른 동기들에게 뒤지지 않겠다는 목표가 있다. 한화에 입단한 뒤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찾을 수 있었다. 한화의 1992년생이 다른 팀에 뒤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현재 KBO리그에 1992년생 선수로는 LG 임정우·임찬규·유강남, KIA 홍건희·김호령·오준혁, 두산 이현호, SK 서진용, 한화 강경학 등이 있고, 그들과 동기인 빠른 1993년생으로 삼성 심창민과 KIA 한승혁이 있다).
- 등번호가 37번으로 결정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 특별히 원하는 번호가 없었다. 구단에서 주는 번호를 받은 것이다. 신인인데도 좋은 번호를 주셔서 감사하다.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배려를 해주신 것 같다. 구단에 꼭 보답하고 싶다.
- 다음달이면 스프링캠프 시작이다. 어떤 점을 보완하며 시즌을 준비할 것인가.
▶ 솔직히 지금 당장 무엇을 보완하겠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다. 앞으로 직접 실전 경기를 해보며 부딪쳐봐야 내가 정확히 어떤 점이 부족한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팀이 필요로 하고 주문하시는 것에 맞춰나갈 것이다. 우리 팀에는 대단한 선배들이 많으시고, 올 시즌 잘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크다. 주연은 선배님들이다. 난 조연으로서 그 뒤를 묵묵히 따르며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