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다시 한 번 일본프로야구 출신 타자 카드를 뽑아들었다. 지난해 아롬 발디리스(34)로 실패했지만 이번에도 일본에서 나온 선수를 영입했다. 한신 타이거즈에 3년간 몸담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내야수 마우로 고메즈(33)가 주인공이다.
삼성은 고메즈와 계약을 마쳤고, 공식 발표만 남겨놓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출신으로 큰 부상 없이 뛰어왔다는 점에서 고메즈는 발디리스와 닮았지만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발디리스가 수비력 좋은 중장거리형 3루수라면 고메즈는 화끈한 장타를 치는 1루수로 공격에 비중이 쏠려있다.
삼성에 오기 전 일본에서 발디리스는 내리막길이었다. 2011년부터 5년 연속 137경기 이상 출장할 정도로 내구성에 큰 문제가 없었고, 3루 수비력도 안정된 편이었다. 그러나 타격 성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13년을 기점으로 OPS가 .812-.768-.725로 감소했고, 홈런도 2013~2014년 17개에서 2015년 13개로 떨어지며 외국인 타자로서 매력이 떨어졌다.
고메즈는 내구성에서 합격점이다. 지난 3년간 한신에서 뛰며 5경기밖에 결장하지 않았다. 2015년에는 143경기 모두 출장했다. 188cm 104kg 큰 체구에도 부상 없이 꾸준히 뛸 수 있는 내구성이 증명됐다. 지난해 투수·야수 가릴 것 없이 외국인선수들의 거듭된 줄부상으로 고생한 삼성에 있어 고메즈의 건강함은 매력적인 요소다.
관건은 기량 유지가 될 것이다. 고메즈는 2014년 첫 해 143경기 타율 2할8푼3리(15위) 26홈런(4위) 109타점(1위) OPS .860(9위)으로 활약하며 한신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15년에도 143경기에서 타율 2할7푼1리(13위) 17홈런(8위) 72타점(5위) OPS .787(8위)로 괜찮았다.
그러나 3년차가 된 지난해 139경기 타율 2할5푼5리(23위) 22홈런(공동 9위) 79타점(9위) OPS .753(17위)으로 전체 성적이 하락세를 그렸다. 특히 리그 최다 130개 삼진을 당하며 볼넷은 48개에 그쳤다. 해를 거듭할수록 변화구 약점을 집중 공략당했다. 3년간 430삼진-187볼넷. 거포답게 3년간 삼진 2위-2위-1위였다.
지난해 고메즈는 직구(.306·8홈런) 커터(.368·2홈런) 투심(.333·4홈런) 등 패스트볼 계열에는 강했지만 슬라이더(.171·2홈런) 체인지업(.242·1홈런) 포크볼(.135·2홈런) 커브(.263·2홈런) 싱커(.143·1홈런) 등 변화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지난해 삼진 130개 중 87개가 변화구로 약점을 노출했다.
그 와중에도 꾸준히 홈런을 터뜨린 것은 고메즈의 강점을 잘 보여준다. 3년간 홈런 65개로 연평균 20개 이상을 담장 밖으로 넘겼다. 발디리스는 주전으로 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홈런이 총 89개로 연평균 15개 정도에 그쳤다. 박석민에 이어 최형우마저 FA로 팀을 떠난 삼성은 외국인 타자의 홈런이 필요한 팀이다.
발디리스가 3루 수비를 인정받은 반면 주 포지션이 1루수인 고메즈는 수비력이 다소 아쉽다. 일본에서 3년간 실책 숫자가 10개-11개-8개로 총 29개다. 올해 이승엽이 1루 수비 복귀를 선언했기 때문에 풀타임 수비 부담을 줄여준다면 보완 가능할 것이다.
장단점이 뚜렷한 고메즈이지만 아프지 않고 홈런을 쳐줄 수 있는 거포란 점에서 삼성의 갈증을 해소할 최적의 카드다. 과연 고메즈가 발디리스로 실패한 삼성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사진] 발디리스-고메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