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해를 마무리 하는 납회식에서 자체적으로 꼽은 구단 최우수선수는 외야수 손아섭(29)이었다.
하지만 이날 납회식에선 손아섭뿐만 아니라 한 시즌 동안 구단에 헌신한 선수들에 대한 공로도 잊지 않았다. 롯데를 지탱한 '언성 히어로(Unsung Hero)'들이었다. 언성 히어로는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에 힘을 보태는 선수들을 지칭하는데, 지난해 롯데는 투수 이정민(38), 박진형(23), 내야수 문규현(34), 외야수 김문호(30)가 이 역할을 했다. 연봉 협상이 서서히 마무리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훈훈한 겨울을 충분히 에상할 수 있다.
이정민은 지난해 구단 자체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최우수선수보다 한 단계 낮다. 하지만 이정민의 가치, 그리고 공헌도는 으뜸으로 꼽아도 할 말 없다. 이정민은 지난해 67경기(77이닝) 5승2패 2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3.16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정민은 사실상 지난해 롯데 불펜의 에이스였다. 프로 16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연봉은 6500만원이었다. 공헌도로 볼 때 데뷔 첫 억대 연봉 진입도 꿈은 아니다.
박진형과 문규현은 공로상을 수상했다. 공수에서 빈 자리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선수가 이들이었다. 팀이 원하는 바에 따라 보직과 포지션 이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진형은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투수진 구상에 없었다. 하지만 서서히 이름을 알리더니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팀의 투수진 출혈을 막아냈다. 39경기(14선발) 6승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81의 성적. 평균자책점이 높다고 하더라도 잦은 보직 이동으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낸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만하다. 신인상 투표에서는 신재영(넥센)의 독주 속에서 1위표 1장을 얻기도 했다. 신인상 투표에서는 4위에 올랐다. 올해 연봉은 2800만원, 기본 연봉에 불과했다. 인상은 확실시되고 인상 폭이 문제다. 연봉 관련 질문에 "당연히 올랐죠"며 살며시 미소 짓는 박진형의 대답 속에 만족스러운 연봉 협상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규현은 내야진의 '믿을맨'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오승택에 밀려 유격수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오승택이 장기 부상을 당하자 곧장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문규현은 내야진을 묵묵히 지탱하면서 팀을 이끌었다. 또한 신본기가 경찰청에서 복귀한 뒤에는 유격수 자리를 내주고 내야 백업 역할로 돌아갔다.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문규현은 군말 없이 팀을 위해 희생했다. 문규현은 올해 120경기 타율 2할7푼2리 4홈런 40타점 38득점을 기록했고 총 836이닝의 수비 이닝(유격수 751⅓이닝, 2루수 54⅔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연봉 9000만원에서 억대 연봉 진입은 무난할 전망.
김문호는 구단 기량발전상 수상자였다. 10년 넘게 가둬놓았던 잠재력을 지난해 폭발시켰다. 지난해 김문호는 타율 3할2푼5리 7홈런 70타점 77득점 OPS(출루율+장타율) 8할3푼1리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한때 4할 타율 도전에 나설정도로 맹렬했던 김문호였다. 잠재력을 만개한 김문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당연히 연봉 대박. 지난해 연봉 7000만원에서 억대 연봉으로 뛰어오를 것은 당연하다. 인상 폭이 관건이다.
이 외에도 롯데는 투수 박세웅(22)과 박시영 등 젊은 투수들과 구단 자체 MVP이자 '예비 FA' 프리미언이 기다리는 손아섭도 확실한 연봉 인상 대상자다. 공과 과는 정확한 근거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공이라고 판단했을 때에는 마땅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롯데가 납회식에서 수여한 상은 모두 그 공을 인정하고, 마땅한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암시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jhrae@osen.co.kr
[사진] 이정민(왼쪽부터)-박진형-문규현-김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