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솔직하다] 건재한 김태균, 역대 최고에 도전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07 13: 00

한화의 간판타자인 김태균(35)은 당장 지금 은퇴한다고 해도 ‘아주 뛰어난 타자’로 기억될 수 있는 선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항상 내실 있는 기록으로 팀 타선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김태균은 여기서 그칠 선수가 아니다. 어쩌면 ‘역대 최고’ 중 하나로 기억될 수 있는 경력과 향후 잠재력을 지녔다.
실제 김태균은 통산 14번의 시즌에서 타율 3할2푼4리, 출루율 4할3푼1리, 장타율 0.533, OPS(출루율+장타율) 0.964를 기록하고 있다. 통산 276개의 홈런(역대 10위)을 쳤고, 1157타점(역대 4위)을 올렸다. 10시즌 이상을 뛴 선수로는 故 장효조(.331)에 이은 타율 2위, 출루율은 역대 1위, OPS는 이승엽(.967)에 이은 역대 2위다. 1000볼넷을 달성한 역대 세 번째 타자이기도 하다. 잘 치고, 잘 봤다.
놀라운 것은 30대에 이르러서도 그래프가 전혀 꺾이지 않는다는 점에다. 역대급 타고투저의 광풍이라는 특이사항은 감안해야겠지만, KBO 리그도 엄연한 에이징 커브가 있다. 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전성기를 맞이하고, 30대 중반이 넘어서면 공격적 생산력이 뚝 떨어진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이로 35살이었던 김태균은 오히려 자신의 경력 최고 시즌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김태균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무려 6.90이었다. MVP급 시즌을 보낸 최형우(KIA·7.55)에 이은 야수 2위권이었다. 만 30세부터 34세까지 5시즌을 모두 뛴 선수로 한정하면, 김태균의 OPS(1.004)는 단연 리그 1위다. 당대 최고의 타자였던 김동주, KBO 역사상 최고 타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양준혁도 김태균보다 아래였다.
그렇다면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김태균은 이런 전성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사실 전설적인 타자들도 30대 중·후반까지 전성기의 기록을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김태균의 경우, 숫자는 꽤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레 말해주고 있다. 타구속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포츠투아이’의 HTS 시스템 집계결과 김태균의 올해 평균 타구속도(규정타석 이상·인플레이타구 기준·번트타구 제외)는 137㎞에 이르렀다. 에릭 테임즈(전 NC·138.5㎞), 최정(SK·137.5㎞), 김재환(두산·137.5㎞)에 이어 리그 4위였다.
예전에는 없었던 추적프로그램의 발전과 더불어 최근 메이저리그(MLB)에서 주목받는 수치가 바로 타구속도다. 예전에는 육안으로밖에 확인할 수 없는 ‘배트스피드’, 기록으로 나오는 정확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타구속도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결과물이다. 정확히 맞힐수록, 적당히 공을 띄울수록, 배트스피드가 빠를수록 타구속도는 빨라진다. 김태균의 타구속도는 아직 그의 능력이 건재함을 말하는 종합 지표와도 같다. 더 강한 힘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팀 동료 윌린 로사리오는 132.7㎞로 김태균에 비해 떨어진다.
사실 김태균보다 선천적인 힘이 더 좋은 선수들이 많을 수도 있다. 김태균도 아주 큰 스윙을 하는 선수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 타구속도의 비결은 무엇일까. 선천적인 재능에 후천적인 노력, 그리고 이상적인 타격 매커니즘의 합작품이라 평가가 지배적이다. 힘에 의존한 타구속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김태균의 롱런 가능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대호를 조련한 지도자이자, 국내 최고의 타격 이론 전문가 중 하나인 김무관 SK 퓨처스팀(2군) 감독은 김태균에 대해 “타격 폼에는 몇 가지 이론이 있는데 김태균은 가장 선진적인 이론을 가지고 있는 타자다. 스트라이드를 넓게 고정한 채로 하체가 폼을 강하게 지지한다. 여기에 힙턴이 완벽해 강한 회전력이 나온다. 쏠리거나 늦거나 하는 것 없이 이른바 좋은 타자가 갖춰야 할 ‘방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강타자라고 해봐야 높게 뜬 타구로 홈런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타구속도가 빠르기 위해서는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많이 나와야 한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많이 나오기 위한 이상적인 발사각은 18도에서 22도 정도인데 김태균의 흔들리지 않는 타격매커니즘이 그런 발사각을 만든다. 다양한 방향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능력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김태균의 장타(2루타 이상)를 분석하면 타구속도는 154.5㎞, 타구 각도는 21.6도다. 김 감독이 설명한 이상적인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각도로 좌우중간을 총알같이, 또 깊숙하게 가른다. 김태균 타격의 트레이드마크다. 이 정도 속도에 이 정도 발사각이면 제아무리 발 빠른 외야수들이라고 해도 손을 쓰기가 어렵다. 김태균이 빠르지 않은 발에도 불구하고 많은 2루타(2016년 39개·리그 2위)를 쳐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또한 김태균의 인플레이타구 타율(BABIP)이 매년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김태균이 이런 페이스를 2~3년 더 유지한다면 공격 생산력만 놓고 보면 역대 첫 머리를 다툴 만한 타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일본에 나가 있었던 기간도 있고, 은퇴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만큼 누적 기록을 쉽게 예상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허리 및 하체 부상의 위험도 또한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양준혁이 은퇴했고, 이승엽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최고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다음 주자가 김태균임은 분명해 보인다. /skullboy@osen.co.kr
[기록제공] 스포츠투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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