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팬들에게 김주성(38, 동부)이란 존재는 얼마나 값어치가 있을까.
동부는 지난 12월 16일을 ‘밀리터리 데이’로 지정하고 여러 행사를 펼쳤다. 원주를 대표하는 1군 사령부 장병들이 경기장에 초대됐다. 성악병이 애국가를 부르고 PGA골퍼 배상문이 시투를 했다. 밀리터리룩으로 무장한 치어리더들은 1군사령부 태권도시범단과 합동공연을 펼쳤다. 장병들은 강윤이 치어리더와 포옹을 하기 위해 코트 위에서 포복을 마다하지 않았다.
구단의 상징이 초록색인 동부는 멋진 밀리터리 유니폼까지 입어 분위기를 크게 살렸다. 동부의 시도는 군사도시라는 원주의 특성을 잘 살렸고, 지역밀착 이벤트라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동부는 또 하나 의미 있는 이벤트를 펼쳤다. 선수들이 입었던 밀리터리 유니폼을 경매에 부쳐 불우이웃돕기에 나선 것. 경매에 낙찰된 팬들은 선수의 실착유니폼에 사인도 받고,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한마디로 일석이조였다.
6일 오리온 대 동부전에서 ‘들소’ 맥키네스, ‘올스타 투표 1위’ 허웅, ‘레전드’ 김주성의 유니폼을 경매에 부쳤다. 15만원부터 시작한 경매는 5천원 단위로 하프타임 동안 진행됐다. 그 결과 맥키네스의 유니폼이 35만원, 허웅의 것은 30만원, 김주성 유니폼은 무려 85만원에 팔렸다. 본래 가치의 5.6배에 판매가 된 셈이다.
김주성의 유니폼을 구매한 남성팬은 “김주성 선수가 한국농구 기둥이고 동부 레전드라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관중들도 85만원이라는 금액에 놀라다가도 김주성이 직접 사인해주고, 사진도 찍어주자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농구도시 원주에서 김주성이 갖는 의미는 매우 컸다.
김주성은 “15만 원정도 생각했다. 원주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마음의 기부를 했으면 좋겠다”며 기뻐했다.
김영만 동부 감독도 “유니폼이 예쁘게 나왔다. 이벤트를 하면서 끝난 것이 아니라 불우이웃을 도와 의미가 있다. 좋은 일이다. 농구를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감독입장에서 행사를 하면 적극 돕겠다. 좋은 취지”라며 동참했다.
출범 20주년을 맞은 KBL은 그 동안 유니폼 판매 등 머천다이즈 사업이 너무 부실하다는 평을 들었다. NBA와 비교하면 팬들이 정말 사서 입어보고 싶을 정도로 유니폼의 디자인이나 질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동부의 밀리터리 유니폼은 달랐다. KBL 유니폼도 상업적 구매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순철 동부 사무국장은 “밀리터리 유니폼은 구매하고 싶다는 팬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선수용으로 한 벌씩 밖에 제작하지 않았다. 밀리터리 유니폼을 아예 시즌 유니폼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유니폼을 판매한 돈이 의미 있는 일에 쓰여 다행”이라며 웃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