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홍아란(25, KB스타즈)이 시즌 중 코트를 떠나며 여자프로농구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KB스타즈는 지난 4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홍아란의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 발목부상에서 회복 중이던 홍아란은 ‘심신이 지쳤다. 농구가 싫어졌다’는 의사를 팀에 전달했다. 이로써 홍아란은 올 시즌 잔여경기서 뛸 수 없다. 설령 차후 복귀하더라도 FA기간에서 올 시즌이 제외되는 등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게 됐다.
농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최근 유망주들이 잇따라 운동을 그만두는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국가대표에 뽑힌 홍아란은 WKBL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다. 무게감이 다르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홍아란이 없지만 시즌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남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야 한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아란이가 부상 후 심적으로 지쳤다. 본인이 선택을 했다. 아란이가 7년 동안 KB서 지냈다. 나와 함께 한 지 3개월 정도가 전부다. 선수를 파악할 기간이 짧아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 감독은 홍아란과 면담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돌이킬 수 없었다. 안 감독은 “홍아란에게 ‘힘든 것은 알지만 그 동안 해온 농구가 아깝지 않느냐. 난 화려한 선수생활도 못해봤다. 넌 국가대표 선수고 팬도 많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본인의 힘든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동병상련이다. 지난 비시즌 국가대표 주전가드 이승아가 임의탈퇴로 팀을 떠났다. 위 감독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그런 선수를 많이 겪었다. 어린 선수라 이해는 한다. 다만 팀에 영향력이 있는 선수라면 시즌 중에 갑자기 팀을 떠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운동을 관둘 수는 있지만, 시즌 중에는 아니다. 동료들도 있지 않나”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어 위 감독은 “매시즌 선수들이 입버릇처럼 관둔다고 한다. 팀 분위기를 해치기에 해줄 수밖에 없다. 선수가 관둘까봐 감독들이 조마조마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운동을 하고 싶어도 프로에 와서 실력이 모자라 계약해지가 되는 선수도 있다. 스타선수 연봉이면 그런 의욕적인 선수 몇 명은 더 기회를 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프로의식 부족을 꼬집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아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