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샘오취리,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 차별 고백..안방 울렸다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7.01.05 11: 30

샘 오취리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 차별로 인해 입은 마음의 상처를 방송 최초로 털어놨다. 그간 전혀 알지 못했던 샘 오취리, 그리고 한국에서 살고 있는 흑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던 시간. MC와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미안함에 고개를 숙였다.
샘 오취리는 지난 4일 방송된 JTBC '말하는대로'에 출연해 시민들 앞에 섰다. 그는 방송에선 말한 적 없는 이야기라며 운을 뗐다. 2009년에 한국으로 와서 한국어 공부를 할 때 가장 좋아했던 단어가 '우리'라고 밝힌 샘 오취리는 "나와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도 우리라는 단어에 포함이 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알고보니 '비정상회담' 출연으로 인기를 얻기 전 한국 사회에서 심한 인종 차별을 받았다는 것. 대학교 다닐 때 타고 다녔던 지하철에서 한 아주머니에게 "까만xx가 여기서 뭐하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대놓고 들었고, 친구 역시 비난을 받았다는 것. 하지만 이보다 더 가슴 아팠던 건 이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한국 사람들이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다 저런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 아팠다"고 고백했다.

또 공용어가 영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은 영어를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한국 영어 학원에서 아르바이트 사전 면접 당시 늘 "영어 잘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던 샘 오취리는 결국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됐던 사연도 고백했다. 흑인 선생님은 상상 못할 일이고, 학생들의 부모님이 싫어할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엑스트라를 할 때도 마찬가지. 흑인이 맡는 역할은 한국 여자가 지나갈 때 폭행하고 가방을 훔쳐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반면 백인들은 항상 멋진 역할이 주어졌다고 회상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한 식당에 '아프리카 사람들은 출입금지'라는 글이 붙어있었던 것. 이는 아프리카인들을 분노케 하는 이유가 됐고, 이를 전해들은 이들 역시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알게 모르게, 또 은연 중에 백인과 흑인에 대한 차별이 엄청났던 것. 한국인들 역시 해외에서 인종 차별을 많이 받았고, 그 때마다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논하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역시 흑인과 백인을 양분화하며 대놓고 차별을 해왔다는 것.
물론 전체가 아닌 일부이고, 모든 사람들이 흑인을 비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샘 오취리를 비롯한 아프리카인들은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인종 차별을 알고도 모른 척 방관하는 다른 한국인들에게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샘 오취리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피부색 상관없이 '형, 동생, 오빠'이라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이 같은 샘 오취리의 발언에 모두들 미안함을 느끼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내 일이 아니면 모른 척, 무관심함을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부끄럽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parkjy@osen.co.kr
[사진] '말하는대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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