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28인 엔트리에서 4명 부상 제외
대표팀 선수구성 난항, 과거엔 어땠나
WBC에 이탈자가 계속 발생 중이다. 이미 4명이 제외됐고, 추가로 몇 명이 더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KBO 기술위원회는 지난 4일 회의를 WBC 최종 엔트리에서 3명의 선수를 제외했다. 팔꿈치 수술로 재활을 하고 있는 김광현(SK), 무릎 통증을 앓고 있는 강민호(롯데),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피츠버그)가 제외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용찬(두산)이 교체됐다.
김인식 감독과 WBC 코칭스태프는 지난 11월10일 28인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여기서 벌써 4명의 선수가 이탈하며 최정예 전력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추신수(텍사스), 김현수(볼티모어) 등 메이저리거들은 소속 구단에서는 WBC 참가 불허 방침 쪽으로 기울어 쉽지가 않다.
추신수와 김현수마저 불참이 확정된다면 이탈 선수는 6명으로 늘어난다. 지금으로선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다. 지난 2006년과 2009년 1~2회 WBC를 이끄는 등 오랜 기간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았던 김인식 감독도 "이렇게 대표팀을 꾸리는 게 어려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대표팀 구성부터 애를 먹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선 투수 이승호(당시 SK), 내야수 김한수, 외야수 심정수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조규제·정성훈·이진영이 각각 빈자리를 채웠지만 대만과 일본에 연속 충격패를 당하며 1승2패 3위에 그쳐 올림픽 출전티켓을 놓쳤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도 주축 선수들이 빠져 고생한 대회였다. 당시 대표팀 간판투수 구대성을 비롯해 거포 김동주와 포수 홍성흔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빠졌다. 당시 대표팀 22명 중 14명이 대표팀 경험이 없는 선수들로 꾸려져 걱정을 샀다. 결국 우려대로 대만과 일본에 패하며 동메달로 머물렀다.
2009년 김인식 감독이 이끈 제2회 WBC도 선수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해외파가 대거 빠졌는데 박찬호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이승엽과 백차승도 시즌 준비 차원에서 고사했다. 김병현은 어이없게도 여권을 분실하는 바람에 이탈했고, 박진만마저 부상으로 제외됐다. 해외파는 임창용·추신수 2명으로 임했지만 준우승이란 기대이상 성적으로 찬사를 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였다. 대표팀 주축 투수로 기대를 모은 양현종·윤석민·오승환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것이다. 선발과 구원 모두 핵심 투수들이 이탈하며 마운드에 대한 우려가 가득했지만, 나머지 투수들이 똘똘 뭉쳤다. 김인식 감독과 선동렬 투수코치의 기막힌 운용이 어우러져 난관을 뚫고 팀 평균자책점 1.93 짠물투구로 초대 우승팀이 됐다.
이번 WBC 대표팀도 선수들의 부상과 사건사고로 구성에서부터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지막 봉사를 위해 나선 김인식 감독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김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위기에 더 강했다. 이번 WBC에서도 김 감독의 위기 돌파 리더십에 다시 한 번 기대야 할 것 같다. /waw@osen.co.kr
[사진] 이용찬-김광현-강민호-강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