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는 최근 두 시즌 동안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2014-2015시즌에는 36경기에서 단 3승을 건지는 데 그쳤다. V-리그 역사상 최악 성적 중 하나였다.
드래프트로 모은 괜찮은 국내 선수 자원은 있었다. 그러나 팀이 공중분해 위기에 놓이는 등 뒤숭숭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고, 심지어 부상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장기적인 미래 설계는 말 그대로 사치였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게 바빴다. 그런 우리카드는 2015년 5월 김상우 성균관대 감독을 신임 사령탑에 선임하며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김상우 감독으로서는 두 번째 프로 무대 사령탑이었다.
효과는 금방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은 패배의식에 빠져 있었다. 김상우 감독도 “처음 팀을 맡았을 때는 한숨이 나왔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선수 자원은 중복되어 있었고, 다 고만고만했다. 군 문제도 제때 해결되지 않아 뭔가를 구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여기에 대들보로 생각했던 신영석은 이미 현금 트레이드된 후였다.
외국인 선수 싸움에서도 밀렸다. 군다스에 나름대로 큰 투자를 했지만 몸 상태는 전성기를 지난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빠른 배구’라는 자신이 가진 구상을 포기하면서까지 팀 성적에 올인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여러 선수를 기용하면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썼으나 성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지난 시즌 성적은 7승29패(승점 21점)에 머물렀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최하위였다. 새 각오로 프로 무대에 재입성한 김상우 감독으로서도 시련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주저앉지 않았다. 파격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자신부터 바뀌고자 노력했다. 좀 더 부드럽게 선수들을 대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믿음과 신뢰를 쌓았다. 패배의식도 지워내고자 했다. 외국인 선수와 신인 드래프트에서 ‘구슬의 배신’을 겪는 또 한 번의 시련도 겪었지만 아쉬움은 속으로 삼켰다. 팀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고민했고, 자신이 구상했던 ‘빠른 배구’를 조금씩 코트에서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김 감독이 내미는 손에 선수들도 응답했다. 세터 김광국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센터 김은섭이라는 숨은 진주를 캐냈다. 최홍석에게는 주전 공격수로의 책임감을 줬다. 구슬의 배신으로 후순위로 밀린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는 크리스티안 파다르라는 인재를 얻어 누수를 최소화했다. 특정 선수에 몰리지 않는 다양한 공격 루트는 이제 우리카드의 장점을 상징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김 감독의 뚝심이 만년 하위권 팀을 ‘경쟁력’ 있는 팀으로 바꾼 것이다.
우리카드는 3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역전승하고 시즌 10번째 승리를 거뒀다. 20경기에서 10승, 딱 5할이다. 2013-2014시즌(15승15패) 이후 첫 두 자릿수 승수다. 외국인과 신인 지명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실 당시, 배구 관계자는 “우리카드는 뭘해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버티며 봄배구 가능성을 붙잡는 중이다.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카드’의 이름을 달고 뛴 이후로는 가장 밝은 시즌임은 부정할 수 없다. 김 감독도 “아직 팀에 부족한 부분은 있다. 다른 팀이 못할 때 치고 나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약하다는 것”이라고 냉정하게 말하면서도 선수들의 전체적인 성장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는 우리카드 배구단을 바라보는 팬들도 마찬가지다. ‘꼴찌의 반란’은 어느 리그를 막론하고 사랑받는 소재다.
이런 김 감독의 시선은 ‘지금 당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음 시즌을 대비한 전력 구상도 같이 이뤄지고 있다. 여전히 머리는 지끈거린다. 선수층이 두꺼운 팀은 아니고, 올 시즌이 끝나면 몇몇 선수들이 FA 자격을 줄줄이 얻는다. 구단 여건상 대규모 지출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군에 가야 할 선수도 있어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다음 시즌 선수 구성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감독과 우리카드가 동반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