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열릴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대표팀이 전력 이탈에 신음하고 있다.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빠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팀의 골격을 이루는 두산 선수들의 책임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4일 서울 도곡동 KBO 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대표팀 엔트리 교체를 결정했다. 5일 팔꿈치 수술을 받는 김광현(SK),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피츠버그), 무릎 부상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강민호(롯데)까지 핵심 전력이 한꺼번에 빠졌다.
세 선수는 발탁 당시까지만 해도 대표팀에서 핵심적인 임무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김광현은 좌완 에이스 중 하나로 선발진을 이끌어가야 할 선수였다. 강정호는 내야 수비와 타격의 핵심이었다. 강민호는 안방마님으로서 역시 비중이 컸다. 그러나 세 선수가 한꺼번에 빠지면서 대표팀 전력은 누수가 불가피해졌다. 이들의 공백을 직접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예비 엔트리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기존 선수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공교롭게도 두산 소속 선수들이 많다. 두산은 이번 28인 엔트리에 총 6명의 선수가 차출됐다. 투수 장원준 이현승, 포수 양의지, 야수 허경민 김재호 민병헌이 그들이다. 팔꿈치 부상으로 이용찬이 대표팀에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많은 차출 인원을 자랑한다. 게다가 이번 엔트리 변경으로 상당수 선수들의 비중이 커졌다.
김광현의 이탈로 확실한 선발 투수 하나를 잃은 대표팀이다. 양현종(KIA) 이대은(경찰청)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김인식 감독은 차우찬(LG)의 경우 전천후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결국 장원준의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 투수인 장원준은 지난해 12승을 기록한 것에 이어 올해는 27경기에서 15승6패 평균자책점 3.32로 호투하며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를 이끌었다.
강민호의 이탈로 양의지는 명실상부한 주전 포수로 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 리그 세 번째 포수인 이재원(SK)까지 무릎 부상으로 예비 엔트리에서 빠져 포수진이 현격하게 약해졌다. 김태군(NC)이 새로 합류하기는 했지만 활용폭은 미지수다. 양의지는 지난 2015년 열린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의 주전 포수로 노련함을 선보인 끝에 우승에 일조했던 경험이 있다. 올해는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할 전망이다.
강정호의 이탈로 김재호는 주전 유격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하성(넥센)이 강정호 대신 합류하기는 했으나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고 수비에서는 김재호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유격수 수비를 중시하는 김 감독의 성향상 김재호가 먼저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탈자가 강정호라는 점에서 김재호도 적잖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김재호가 흔들리면 대표팀 내야에 주는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더 큰 책임감이 주어졌다.
앞으로도 'WBC 두산'의 비중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추가 이탈자 가능성이 있어서다. 메이저리그 소속인 외야수 추신수(텍사스)와 김현수(볼티모어)의 출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만약 두 선수가 빠지면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민병헌의 중요성이 커지고, 예비 엔트리에 들어온 박건우의 포함 가능성도 있다. 부상 회복 중인 정근우(한화)의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예비 엔트리에 남은 2루수는 오재원 하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