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소모전’ 오승환 논란, 빨리 결정지어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05 06: 17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의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발탁을 놓고 지루한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팀 곳곳에 생채기가 나고 있는 가운데 어떤 식으로는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4일 서울 도곡동 KBO 회관에서 회의를 갖고 WBC 엔트리의 일부 변경을 결정했다. 팔꿈치 수술로 제외가 불가피한 김광현(SK), 그리고 음주운전 사고로 논란을 일으킨 강정호(피츠버그)가 최종 제외됐다. 무릎 부상으로 정상적인 대회 출전이 어려워진 강민호(롯데)도 엔트리에서 빠졌다. 대신 김하성(넥센)과 김태군(NC)이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초미의 관심사였던 오승환의 발탁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애매한 뒷말만 무성하다. 김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오승환에 대해 “틀림없이 필요한 선수”라고 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11일 이후로 미뤘다. 다른 투수들의 상황, 그리고 추신수(텍사스) 김현수(볼티모어)와 같은 해외파 선수들의 거취가 확정되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로써 오승환을 둘러싼 논쟁은 최소 일주일 더 이어지게 될 판이다.

김 감독은 오승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오승환은 지난 세 차례의 WBC에 모두 출전하며 대표팀의 뒷문을 지켰던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불펜 전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여기에 가뜩이나 이런 저런 사정에 선발진이 약해진 대표팀이다. 투구수 제한도 있는 WBC에서 불펜 야구로 승부를 걸어야 할 판이다. 오승환의 가치는 크다.
그러나 비판 여론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해 1월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KBO는 오승환이 KBO로 돌아올 경우 전체 시즌의 절반을 뛸 수 없다는 징계도 내렸다. “KBO 복귀시”라는 조건부 징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징계는 징계다. 여론이 곱지 않은 것도 이와 강력한 연관이 있다. 만약 비판 여론이 잠잠했다면 김 감독이 오승환 발탁을 강행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정호도 경기장 밖에서의 물의로 결국 이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죄의 경중이 있긴 하겠지만 오승환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강정호는 빠지고, 오승환은 왜 들어오나”라는 비판만 거세질 수 있다. 오승환을 선발하는 논리라면, 대표팀 내야진과 타선의 핵심인 강정호를 제외할 이유가 없었다. 강정호도 팀 전력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야구로 빚을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은 김 감독이 주장하는 오승환 발탁의 논리 중 하나다. 그러나 야구로 빚을 갚는 것은 야구와 관련된 일일 때나 가능하다. 오승환이나 강정호는 야구장 밖에서 야구와 관계 없는 사안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 빚을 갚는 것은 야구장 밖에서의 다양한 활동이 되어야 한다. WBC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팬들을 기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별개의 사안으로 속죄의 논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어찌됐건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대표팀 엔트리 구성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 김 감독은 오승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감독으로서 전력에 욕심이 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논란을 질질 끌지 말고 뽑으면 된다. 그 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대신 그에 대한 후폭풍과 비판 여론은 김 감독이 안고 가야 한다. 논리와 명분에 맞지 않는 선택을 한 대신 책임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어차피 돌은 맞는다.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 팀과 선수에 그나마 도움이 되는 길이다.
반대로 뽑지 않을 것이면 더 빨리 결정을 하는 게 옳다. 대표팀에 남아있는 선수들의 사기 문제도 생각해야 하고, 오히려 그럴 때 대표팀의 구상도 착착 진행될 수 있다. “오승환 포함시”의 불필요한 구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빠른 결정은 선수에게도 득이 되는 길이다. WBC 출전은 선수에게 적지 않은 혼란이다. 예년에 비해 몸 상태도 더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 당장 오승환은 자신의 3월 일정이 결정되지 않은 채 비시즌을 보내야 할 처지다. 이런 소모전이 일어난다는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면 빨리 매듭을 짓는 것도 중요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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